사랑학개론
사춘기에 들어서면 첫사랑을 한다. 요즘은 사춘기가 빨리오니 첫사랑도 빨리 오겠지. 인간 행동에 대한 공부를 하면 사람은 나이대별로 단계별 거쳐야 하는 일들과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연령에는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연령대에 해보지 못한 것은 인생 전체에 걸쳐 언젠가는 해 보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은 학계에 보고된 바는 없지만 '총량의 법칙'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이에 맞지 않게 청춘들의 패션을 하고 있는 나이 드신 분들, 그들은 분명 청춘 때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외부 영향에 의해 그 시대의 패션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 결과 지긋한 나이에 늦게나마 이전에 못해본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제삼자가 보면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는 곳은 많다.
'청춘' 하면 역시 사랑이다. 그런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단지 '첫사랑'의 징크스로 인해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루어지지 못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첫사랑을 하게 되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화려한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온 세상이 일곱 색깔 무지개로 보인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처음엔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시쳇말로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 시기가 지나면 보고 싶다,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항상 들어있다. 보고 있지 않아도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전화를 하면 끝이 없고 톡을 해도 끝이 없게 된다. 이 때는 상대의 장점만 보인다. 그 장점이 그렇게 크게 보일 수가 없다. 만나기로 한 날이 기다려지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그렇게 길 수없다. 그리움의 연속이다.
그 시기가 지난 다음엔 안정기에 들어온다. 사랑이 일상생활화되는 것이다. 사랑이 생활 중에 함께한다. 자신의 일을 하면서 첫사랑과 정을 나눈다. 첫사랑의 상대자는 흔들리지 않고 곁이 있어주는 사람 정도로, 멍 때리는 그리움은 없어도 푸근함을 가지는 정도랄까. 그런데, 그런 생활 그런 와중에 단체로 추진하는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소개팅에 가거나 혹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다른 이성을 보게 되면, 여태껏 첫사랑에서 보지 못했던 아주 작은 매력이 새로운 사람에게 보인다. 첫사랑이라 몰랐던, 첫사랑의 상대가 당연히 나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라 여겼던 일들을, 우연히 만난 이 사람은 나에게 엄청 달리 대해주고 이 작은 매력이 엄청 큰 산으로 느껴진다.
삼각관계가 시작되고 이러면서 첫사랑을 만나면 이전에 못 보았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며 예전에 없었던 불만을 얘기하게 되고 서로 다투게 된다. 다툴수록 첫사랑은 단점이 더 크게 보이고, 두 번째 상대의 장점은 더 크게 다가온다. 그리곤 첫사랑과 이별을 한다. 세 번째 상대를 만나 두 번째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이와 꼭 같다. 첫 번째, 두 번째 사람에게 없던 새로운 모습을 세 번째에게 보게 되고. 이렇게 상대가 바뀔수록 이성에 대한 파악을 하게 된다. 점차 연애박사가 되어가는 것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첫사랑 상대의 장점은 익숙되어 안 보이고 그에게 없는 다른 이의 작은 장점이 실제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결과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곳으로 가는 것이 본능. 한 사람은 넓어진 시각으로 이별을 고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가만히 있다가 상대의 넓어진 시각으로 인해 이별을 통보받는다. 통보받은 그도 첫사랑인데 말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된 사람들이 간혹 있다. 혹은 첫사랑 없이 결혼했다가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이별의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랑의 아픔에 대해 상담할 경험이 없는 결격사유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첫사랑은 역시 아픔이고, 아픔으로 인해 성숙해진다. 첫사랑은 이루어질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