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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영현 Mar 24. 2022

뷰티기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유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당시 우리 반에서는 짝꿍을 정하는 독특한 방식이 있었다. 그것은 담임선생님이 정하셨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여학생들이 각자 책상에 한 명씩 앉는다. 그리고 남학생들이 원하는 여학생의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지금 생각하면 참 황당한 방법이다. 남학생의 선택을 처음에 받게 되면 그 여학생은 기분이 좋고, 가장 늦게 받게 되면 기분이 나쁘다. 자신이 못나고 가치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생님은 왜 그런 방법으로 짝꿍을 정해주셨을까. 왜 여자는 남자의 선택을 받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내 기억에 남학생이 앉아있고 여학생이 선택을 했던 경험은 없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문화가 있었다. 학기 중에 인기투표를 하는 거였다. 남학생 1, 2, 3위와 여학생 1, 2, 3위를 투표로 뽑았다. 인기순위 1, 2, 3위에 든 학생들은 대부분 외모가 출중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자신감이 없었던 나는 인기투표에 들어본 적이 없다. 그 인기투표는 나에게 좌절감을 남겼다. 그리고 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경험을 주었다. 짝꿍정하기와 인기투표는 초등학교 시절 나의 자아정체감 형성에 굉장히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이 확실하다. 


한 번은 짝꿍 정하기로 한 남학생이 마지못해 내 옆에 앉게 되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나도 그 남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의 표정이 좋지 않았나 보다. 거울로 내 표정을 보고 있지 않았으니 나도 내 표정이 어땠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남학생은 내 옆자리에 앉고 나서 나에게 들리게 한 마디 했다. "누가 자기랑 앉고 싶어서 온 줄 아나". 정말 충격이었다. 내 표정을 보고 본인도 기분이 나빠서 한 말이겠지만, 그 말은 나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표어가 되었다. 아, 나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구나. 나는 못생겼구나. 


가치관이 형성되기도 전에 당한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은 나 자신의 외모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사실 중학교 때고백을 받아본 일이 여러 번 있을 정도로 아주 못난 외모는 아니었는데 나는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다. 거울을 보면 동그랗고 크게 느껴지는 내 얼굴이 미워서 매일 밤 주먹으로 양쪽 광대뼈를 눌러댔다. 조금이라도 작아질까 싶어 샤워기로 얼굴 양쪽에 최대 수압으로 쏘아댔던 날들이 수없이 많다. 왜 나는 나 자신을 그토록 학대했을까. 


대학생이 되고 나서, 몇 몇 남자들의 대시를 받았을 때도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예뻐서, 혹은 매력있어서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꺼야. 그냥 우연이겠지. 나의 실상을 알고 나면 나에 대한 마음이 떠나겠지라는 생각이 깊은 마음 속에 있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을까. 연애를 하면서도 불안감은 계속되었다. 언젠가 이 사람의 나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릴거라는 불안, 공포. 그래서인지 짧은 몇 번의 연애 기간 중에 온전히 마음을 준 사람이 없다. 


나는 결핍되어 있었다. 나는 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 내 인생을 지배하도록 두었다. 그것을 꺠닫기까지는 20년 가까이 걸렸다. 여러 심리학 책과 자아존중감, 외모만족도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의 잘못된 프레임을 인식하였고, 치유가 되었다. 가끔 습관화된 방어기제처럼 그런 감정이나 생각이 튀어나올 때도 있지만 이제는 잘 통제하며 나 자신을 어루만져 준다. 


내가 만약 외모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면? 누군가에게 외모인식에 대해 중요한 메세지를 받았다면? 나의 인생은 조금 더 행복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같은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나와 같은 아프고 따갑고 괴로운 경험을 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청소년 사춘기 여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부정적인 경험이 있다면 그것을 정말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꺠닫고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라고. 내가 뷰티기반 자아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이유이자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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