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는 것도 칭찬. 잘 웃는 것도 칭찬. 잘 자는 것도 칭찬. 심지어 방귀를 자주 뀌는 것도 칭찬. 크게 방귀를 뀌는 것도 칭찬. 트림을 거하게 하는 것도 칭찬. 똥 잘 싸면 세상에서 제일 칭찬. 하다못해 고개 드는 각도가 5도만 더 올라가도 최강 아기로 등극하게 된다.
그렇게 아기에게 숨 쉬듯이 칭찬을 한다.
어떻게 하면 내 아기를 더 신명 나게 춤추게 할 것인지 제대로 공부까지 해서 칭찬을 한다. 육아서를 들춰보고, 인터넷에서 칭찬에 관한 정보들을 샅샅이 뒤진다.
그렇게 얻게 된 칭찬들을 보물단지처럼 들고 있다가 훗날 내 아기의 자양분이 되거라~ 하며 아기에게 칭찬을 흩뿌려 준다. 그 정도로 아기한테 열과 성을 다해 칭찬을 한다.
어쩌면 아기는 시간이 흘러 크는 게 아니라 부모의 칭찬을 먹고 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날도 수유를 마친 아기의 트림을 시키고 있었다.
트림을 시키려면 어깨 한쪽에 가재수건을 깔아야 한다. 한 손으로 아기의 목을 받쳐 아기를 바로 세운뒤 내 가슴에 기대 안고 등을 턱, 턱 쳐야 한다.
짧게는 수 초, 길게는 몇 분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거-억.
아기의 트림소리를 들어야 드디어 식사가 마무리된다. 신생아시절에는 트림이야 말로 밥 먹고 꼭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그러다 문득, 트림을 한 아기를 칭찬해 주다가 남편 생각이 났다. 내 생각도 났다.
'내가 우리 남편한테 언제 칭찬을 해줬더라?? 그럼 나한테는?'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까마득했다.
흠... 한 번쯤 남편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데 무슨 칭찬을 해 줘야 하지? 갑자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워'라고 하면 너무 생뚱맞아서 오히려 비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
애매한 것 같아, 그냥 생각만 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 후로 며칠 뒤,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다. 어디선가 ‘거-억’ 하는 소리가 났다.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부러졌다.
그런데 그때, 이 글의 제목이 피융하며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트림도 칭찬이 됩니다.
남편을 포함한 시댁 식구들의 위장은 막강한 운동력을 자랑한다. 나이가 들면 소화력도 점점 기운을 잃는다는데 80이 넘으신 시할아버지는 지금까지도 3끼 이상 든든히 식사를 하신다.
그만큼 우리 남편도 그 가문의 핏줄을 이어받아 위장 하나는 짱짱하다.
그런데 최근, 그런 남편이 소화가 안 된다면서 음식을 자제하고 활명수를 마시는 일이 있었다. 소화제를 마시는 일이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기에 그 모습이 뇌리에 생생히 박혀 있었다.
그래, 기분이다. 아기한테도 하는데 남편한테 못하리라는 법 있어? 그래서 나는 찌부러졌던 미간을 펴고 남편에게 한 마디 해봤다.
"오구~ 트림도 잘하고, 소화가 잘 됐나 보네."
혹시 남편이 당황하진 않을까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헤벌쭉 해지며 "응"이라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소화가 다 되어서 기뻤던 것인지, 아니면 내 칭찬을 듣고 기뻤던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좋아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한 번 입으로 뱉고 나니 내 기분도 썩 나쁘지 않았다.
아주 거창한 칭찬을 해줘야 할 것 같았는데, 아주 사소한 것도 칭찬은 칭찬이었다. 그때 알았다. 거창한 칭찬도 좋지만 이런 사소하고 작은 칭찬도 참 좋다는 것을.
아기한테는 그렇게 숨 쉬듯이 칭찬을 하면서 정작 가장 칭찬받아야 할 남편과 나에게 하는 말은 어쩐지 좀 까다로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거창한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그냥 시간이 훌쩍 흐르곤 했었으니까...
마침 나의 칭찬은 좋은 시기를 만나 남편에게 적절히 닿았다. 그리도 덩달아 칭찬을 한 나를 또 칭찬해 봤다.
부모는 아기에게 벌어지는 모든 행동을 다 칭찬한다. 그렇게 아기에게 하는 것처럼, 배우자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오늘 작고 사소한 칭찬 한마디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