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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 몬스터 사옥_더 시스템 랩(김찬중 건축가)

by 글쓰는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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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가서 가우디의 상가족성당을 보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시드니에 가서 오페라 하우스를 보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헌 도시에 가면 호불호의 관점 차이가 있을 지언정 보지 않을 수 없는 건물이 있다. 이제 서울까지는 몰라도 성수동에 가면 보지 않을 수 없는 건물이 생겼다. 성수동 건축 기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치퍼팔드의 건물이 올라가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더 시스템랩의 최고 역작이자 화제작 '젠틀몬스터' 사옥이 그것이다.



내가 학생 시절부터 근 20년이 넘게 이 건축판을 지켜보고 참여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완공이 되기 전부터 이 정도 화제가 되는 건물은 정말로 없었던 것 같다. 저층부의, 마치 항아리를 겹쳐 쌓아놓은 듯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선하다. 그런데 중간은 마치 꼬치를 무수히 꽂아놓은 듯한, 장작을 겹쳐놓은 듯한 모습이었고 고층부는 거대한 켄틸레버 구조가 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형상이었다. 마치 세 개의 각기 다른 건물을 포개어 놓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공사가 진행되는 순간 순간이 충격이었고 파격이었고 놀라움이었다. 매일 건축을 하는 사람이 보아도 이 정도의 임팩트가 있는데, 일반인들에게는 얼마가 강한 인상으로 다가올까?



내가 느끼기에 이 건물은 통상적인 건축 디자인 문법, 방법론을 전혀 따르고 있지 않다. 주변 도시 맥락에 대한 이해, 고려, 재료 선정, 스케일 조정.. 그런 거 없다. 그냥 나는 이래야 하고 이런 걸 하고 싶다는 자기 목소리로 가득한 건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건물을 두고 부르탈리즘을 이야기하는데, 난 건축가가 그런 사조에 대해 관심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저 파격적인 건축 문법을 도심 속에 꽝 하고 느닷없이 던져놓은 느낌이다.



이 건물이 경이로운 것은 그런 시도가 어색하지 않고, 대중이나 건축계에서 부정되지 않으며, 완전하게 먹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완공도 되지 않았는데 아무도 이 건물의 완성도나 성취를 부정하지 않는다. 니 역시 이 건물이 최근 몇 년간 한국건축이 이룬 최고의 성취 중 하나라는 걸 인정한다. 어떻게 이 건물은 전혀 통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 정도의 엄청난 파워를 지니게 된 걸까.



사이트와 건축주의 특수성, 건축가의 역량.. 모든 조건이 좋았던 것도 있겠지만, 시대를 선도하는 파격이 사회와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일반적인 건축물에 식상해있었다는 것, 그리고 미술이나 조각이 아닌 건축에서 이 정도의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도 건물을 받아들일 정도로 우리 사회의 문화 기반이 성숙했다, 그리고 그런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건축가가 더욱 파격적인 시도를 했고 그것이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아무런 근본없이, 실력과 지식 없이 파격을 행한다고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피카소가 입체파 그림을 그리기 전 일반적인 그림을 완전히 마스터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아직 나는 내 건축에서 이 정도 파격을 시도해보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 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으며, 어떻게 퀄리티를 만들어냈고 성공하게 됐는지는 끊임없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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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의 글은 내부 공개 후에 방문하여 추가적으로 쓴 글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아이컴바인드(젠틀몬스터) 사옥을 다녀와서 sns를 남기고 있고, 내가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한데, 그래도 다녀온 감상은 남기는 게 좋을 듯 하여 몇 자 적어보기로 하였다.



이 건물의 화려하고 충격적인 외관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이야기한 듯 하여 그 부분은 생략해도 좋을 것 같다. 건축가들이 아쉬울만한 측면은 내부의 현란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과연 건축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일 듯 하다. 외부의 강력한 인상으로 사람을 끌어모았다면, 그 힘이 내부에서도 이어지는 걸 기대하는 것이 건축가의 생리 같은 것이다. 하지만 외부의 항아리 같은 비정형 형태나 노출콘의 강인한 물성 같은 것이 내부에서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이 큰 건물에 층간을 뚫어놓은 보이드 같은 것도 없다. 거대하고 현란한 설치 조형물이나 제품 디스플레이, 매트릭스 공간 안에 들어온 듯한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것이 더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더 강한 수단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건축가로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외부에서 보여졌던 강인한 힘을 내부에서도 일관적으로 이어가려는 시도일 것이다. 어떤 건물이 껍데기 따로, 알맹이 따로 논다면 전체적인 힘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건축가들이 인테리어까지 함께 핸들링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이 건물은 웨이팅을 해야 안으로 들어갈 정도의 핫스팟이 되었다. 관람객의 절반은 외국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외로도 입소문을 크게 탄 듯 하다. 건물 앞의 소형 건물을 고액의 임대료를 주고 철거해버린 것도 매스컴을 타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건물은 현대 대한민국의 상업, 미디어, 예술, 마케팅 전략의 정점에 있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건축 또한 그 마케팅 전략의 또 하나의 수단으로만 활용된 것은 아닐까. 내외부가 꽤나 다른 듯한 이 건물을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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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설계와 소통으로 건축주, 시공사와 함께하는 건축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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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건축가 김선동의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김선동


Kim Seondong


대표소장 / 건축사


'건축가의 습관' 저자


Architect (K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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