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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entcOllectOr Jan 12. 2017

#05 친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친, 트친과 같은 sns 친구, 게임 친구 등등 그 어느 때보다도 얕게도 넓게도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친구라는 존재.


당신의 친구는 누구이고 몇 명입니까?

당신은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친구라고 정합니까?

친구와 나누는 우정이 당신의 인생을 더 값지게 만들어 주고 있나요?

이 3가지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친구: 양의 문제
던바의 수

옥스퍼드 대학의 진화생물학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라는 저서에서 매우 사교적인 사람일지라도 한 사람에게 감당할 수 있는 친한 친구의 수는 약 150명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과거 원시부족 사회의 규모 , 군대 1개 중대의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관계는 피상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오늘날처럼 온라인으로 맺어진 관계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도 이 가설이 통하느냐?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회학자의 연구결과 페이스북에서 수천 명의 친구를 두어도 실제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내외였습니다.

실제로 절친한 사람은 2~5명

가까운 사람은 15명

좋은 감정을 가지는 사람은 50명

그냥 친구는 150명

외로움의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임이 밝혀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수백 명의 절친이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친구 : 기준의 문제
친구 자리 한정 모형
(friend niche limitation model)

이 이론에 따르면 누구에게든 친한 친구들을 위한 자리는 몇 개밖에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자리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로 채울 수밖에 없다.


깊이 있는 관계는 어떻게 유지하나라는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당신은 분석적인 금융자산 관리자, 친구는 균형적인 포트폴리오.

당신은 여럿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가장 유리하고 마음에 드는 소수의 포트폴리오를 선별하여 곁에 두게 됩니다.

즉 애초에 친한 친구의 수는 지정되어있다. 그러므로 그 자리에 탑승시킬 사람을 당신은 신중히 선별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 기준은 무엇이냐?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존을 위해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나에 대해 좋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 이 두 가지가 큰 요인입니다.

10만 년 전이든 현재든 나에겐 나를 지켜줄 나의 생존과 안녕에 도움이 될 인물을 절친의 자리에 배치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계산적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배제하고 친한 친구들을 살펴보세요. 때로는 심심한 시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존재, 힘들 때 내 술잔 앞에 마주 앉아 있어주는 존재, 당신에게 소개팅을 시켜주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보면 당신도 누군가의 친구 후보가 되어 그 자리에 탑승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로부터 다른 친구들은 받은 모임 초대를 못 받는다거나 어느 순간부터 당신에게 연락이 뜸해지고 다른 친구와 붙어 다닌다면, 당신은 속상하거나 배신감이 들기도 합니다.


파랑: 가장친한친구/ 연두: 다음으로 친한친구


빨강이라는 친구에게 난 파랑의 위치였는데 한 단계 더 먼 연두로 강등되는 순간  당신은 상처받고 질투,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는 빨강에게 난 애초에 연두였는데 당신이 스스로를 파랑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당신에게나 상대에게나 가까운 친구의 자리는 소중합니다. 모두들 알게 모르게 기준을 가지고 친한 친구의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거나 잘 맞는 사람이란 두리뭉실한 말로 기준을 정하고 마음을 다치고 서운해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포트폴리오 선택에 있어 똑같은 큰 틀(나에게 이득이 되는 존재)을 가지고 몇 가지 자기만의 작은 기준을 더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와의 관계에 고민이 있다면

상대도 나와 비슷한 조건으로 나를 친구로 삼고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상대에게 나는 어떤 친구인가?

그렇게 보면 답이 더 쉬워집니다.




친구 : 관계의 문제
미술계에서 대조를 이루며 유명한 우정을 나눈 두 커플이 있습니다.
고흐와 고갱
모네와 르누아르입니다.
동료로 친구로 절친했지만 서로의 우정의 에너지는 매우 달랐고 이는 우정의 종류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흔히들 친한 친구에게 상처를 받으면 배신당했다고 느끼지만 당신이 그 친구와 나누었던 우정의 종류가 달랐던 것일 수 있습니다.

( 고흐의 의자(왼쪽)와 고갱의 의자( 오른쪽))


고흐가 아를로 내려가 공동체 생활을  꿈꾸며 친분이 있던 화가들을 초대했을 때 이에 응했던 유일한이가 고갱이었습니다.

고흐가 자화상 대신 그린 의자 그림을 봐주세요.

왼쪽 고흐의 의자는 피폐하고 쓰러져가는 모습인 반면 오른쪽의 고갱의 의자는 촛불이 비추고 모습 또한 호화롭습니다.

고갱이 아를로 내려가 함께 지낸 60일.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고갱은 고흐를 깎아내리는 말로 상처를 주었고

고흐는 고갱에 대한 흠모와 우정에 그 상황을 힘들어하며 끊임없는 갈등 속에서 격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결국 고갱은 고흐를, 아를을 떠났고 고흐는 귀 하나를 잃은 체 고독과 상처 속에 남습니다.

이들의 우정이 우정이 아니었던 건 아니지만 분명 비생산적인 우정이었고 서로에게 큰 상처와 자존감의 손실을 가져옵니다.


( 파리 근교 라 그루 누에르에서 모네(왼쪽)와 르누아르(오른쪽)가 나란히 그린 그림)


반면 모네와 르누아르는 평생을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친구로 곁을 지키며 작품 활동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들의 우정을 정의하자면 비생산적인 우정(고흐와 고갱)과 생산적인 우정(모네와 르누아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친구지만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내고 때로는 애인보다 더 아프게 하지만 끊어내기 힘든 친구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런 애증의 친구관계가 의외로 많은 이들에게 있고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사회학자 레이 팔(Ray Pahl)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삼분의 이가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친구를 꼽았다고 합니다.

생산적 우정, 비 생산적 우정

지금 친구와의 갈등으로 힘들다면

당신의 우정이 그 어디쯤인지 가늠해보세요.




친구, 무게감 있는 존재의 이름


*애인과의 이별처럼 친구와도 헤어질 수 있다!


사랑은 한순간이지만 우정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친구와의 갈등

또는 단절에 더 큰 혼란과 상처를 받게 됩니다.

힘보다는 상처가 되는 우정은 서로에게 마이너스입니다. 그동안 당신이 투자한 것(시간, 정성, 금전)이 아까워서 또는 나쁜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 싫어

주저했다면 당신 자신과 상대를 위해서도 놓아주세요.

애인처럼 친구와도 결별할 수 있습니다.


* 친구의 숫자를 부끄러워 마라


친구의 수가 적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친구가 적다는 것은 인기 없고 무능한 사람의 증거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관계의 단절, 결혼이나 유학, 이민 등 많은 변수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고 당신 친구의 숫자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이들도 그들과 모두 절친하진 않습니다.

당신이 빨강이라는 친구에게 파랑이 되는 것이 중요하듯 선택한 친구에겐 당신의 시간, 감정적 에너지가 집중됩니다. 친하지 않은 피상적인 관계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마세요.


 

* 어릴 적 친구만이 최고의 친구는 아니다.


아직도 우리 아이의 평생의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학군을 고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앞으로 더욱 빠르게 변해 초등학교 동창 말고도 당신의 아이는 아프리카, 유럽의 아이들과 친구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 친구 사귀길 소홀히 마세요.

어린 시절의 친구만이 최고의 친구는 아닙니다.

30대에도 40대에도 60대에도 당신은 누군가의

멋진 친구가 될 수 있고 훌륭한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친구의 수는 늘 변하고 어디서 만났느냐보다 어떤 관계를 나누는 친구냐가 당신 인생에 더 도움을 줍니다.



* 우정도 고백하고 표현하라


앞에서 누군가에게 파랑이었다가 연두가 되면 서운하고 속상해한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반대로 당신이 파랑이라 생각하는 상대는 본인이 파랑인 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연두쯤 되겠거니 그렇게 말이죠.

남녀 사이에만 고백과 사랑 표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친구사이 특히 아끼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해 대해주세요.

가끔은 이유 없이 커피 쿠폰을 보내주세요. 생일엔 비싸진 않아도 고심한 흔적이 가득한 선물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고맙다고 자주 말해주세요. 네가 있어 든든하다고 그렇게 이야기하세요.

당신은 자신과 자신의 훌륭한 친구 둘다를 기쁘게 만들 것입니다.



어느 답답하고 힘든 날

휴대폰 목록을 쭉 올려보아도 딱히 불러낼 친구가 없어 한숨이 난적 있나요?

그렇다면 생각해보세요 당신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이고

그동안 어떻게 친구를 만나고 이별해왔는지를...
우리의 삶이 곧 우정의 역사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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