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니 부모님이었으면 너 엄청 이뻐했을 거야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 되게 좋아 보여
걱정 마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드라마 치즈인 더 트랩에서 유정선배가 홍설에게 하는 대사인데요... 최고의 칭찬이자 사랑고백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대사입니다.
이 말 안에는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많은 뜻이 들어있습니다. 나는 연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너를 응원하며 너의 안전 기지가 되어주겠다는 그런 뜻.
안전 기지(secure base)라는 용어는 존 볼비의 애착 이론에서 나온 말입니다. 아기가 생애 초기 양육자와 가지는 애착이 인간 본성의 기본이 된다는 이론입니다. 보통은 엄마와 형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애착형성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인격발달, 안정적 정서 유지가 힘들며 정서 결핍, 우울, 불안 같은 문제가 생기기 쉽다는 것입니다.
반면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모험을 즐기고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활발합니다. 대인관계에서 또한 자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상대방이 그 아이의 안전 기지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베이스캠프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히말라야 같은 곳에서 고산 탐험대는 반드시 정상에 이르기 전에 베이스캠프를 칩니다. 정상을 향하기 전 사람들의 안전에 절대적인 것들을 꾸려 놓은 곳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장비가 고장이 나면 베이스캠프로 돌아가 치료를 받고 쉬게 됩니다. 험한 산이 든 인생이든 돌아갈 곳이 있다면 다시 도전하기에 든든하겠죠. 이렇듯 당신이 세상으로의 탐험을 갈 때 다시 돌아갈 곳 , 힘이 들땐 돌아갈 피난처이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에겐 그런 안전 기지가 또 다른 인간입니다.
그 사람에게는 무슨말을 해도 내가 어떤 사람이라도 받아들여질것이란 무의식적인 믿음 . 그것이 있어 누군가는 길을 떠나고 누군가는 전혀 새로운걸 시도하고 상처받아도 또 다시 힘차게 나아가게 합니다.
엄마라는 말이 주는 그 따뜻함과 애틋함은 엄마가 안전기지의 대표적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닌가합니다.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필요합니다. 시련과 고통이 없는 인간이란 없기 때문이죠.
반면 안전 기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힘든 세상이 아마 수백 배쯤 더 힘들게 느껴질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피난처가 없다면 등뒤가 시리겠죠.
치즈인 더 트랩의 저 대사의 앞뒤 상황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홍설의 앨범 속 어린 시절 모습을 보며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홍설은 동생에겐
항상 관대했던 부모님을 떠올리고 자신은 못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사 열심히 했어야 했다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게 당연시되다 보니 작은 실수를 했을 뿐인데도 큰 잘못처럼 된다고....
그런 홍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유정선배가 저 말을 꺼내게 된 겁니다.
안정적인 애착형성이 안된 사람에겐 시간을 되돌려 다시 부모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것이 불가능하지만 내가 너의 부모라면이라는 말은 '무조건'적이라는 강한 늬앙스를 풍기고 그것이 주는 커다란 안정감과 응원은 뭉클합니다.
그러나 유정도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며 속마음을 이야기합니다.
" 우리 아버진 다른 사람에겐 정도 많고 관대하신데
나한텐 뭔가 딱 바라는 모습이 있더라고.. 그렇게 맞춰야 했거든..... 가끔 가슴 한구석이 턱 막히기도 해서..."
유정에게도 든든한 안전 기지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이의 안전 기지가 돼줄 수 있을까요? 그것도 이미 다 자란 성인에게?
연구에 따르면 자기가 어느 정도의 안전 기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식은 어린 시절 이후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릴 때 가지지 못했다 여기는 안전 기지는 다 자라서도 찾을 수 없다 여기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인관계나 부부관계에선 안전 기지가 되어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피난처가 되어주려는 마음이 후천적 안전 기지를 만들게 합니다.
둘중 한쪽이라도 안정되었다면 더 좋겠지만 든든한 안전기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도 다른이의 안전기지가 되는것은 가능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결핍되어있는 이들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럼 어떻게 안전 기지를 만들어주느냐?
바로 공감과 애정 어린 반응입니다. 나는 힘들고
여기가 아파 라는 외침에 따뜻하게 바라보고 유정처럼 말해주는 거죠. 특히나 성정과정에 상처가 많은 사람에겐 이 말이 아주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내가 니 부모님이었으면 너 엄청 이뻐했을 거야
자랑스러웠을 거야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