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entcOllectOr Mar 04. 2016

#03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 : 개체 거리

지구는 "111명의 왕(분명히 흑인 왕까지 넣어서)과 7천 명의 지리학자, 90만 명의 실업가, 750만 명의 술고래, 3억 천백만 명의 젠 체하는 사람들, 즉 모두 합해서 약 20억의 어른들이 살고" 있는 커다란 별이었다. (어린 왕자 )


여기다 50억 명쯤 더 더해진 비좁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당신은 타인과 얼마만큼 가까이 있습니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나요?


너와 나의 거리는 얼마나 가깝니? (Calligraphy by JINSANG)


개체 거리란 생물 각각의 개체가 생존해가는 경우 그것 이상 다가서면 스트레스를 느끼는 거리를 말합니다. 에드워드 홀이란  문화인류학자는 그의 책 "숨겨진 차원"에서 이렇게 분류했습니다.


<밀접 거리 intimate distance>

45센티미터까지의 거리.
부모 자식 간이나 연인 사이처럼 정규적인 신체 접촉이 허용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만이 해당되는 근접된 개인 영역. 애무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폭력을 행사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거리

<개인적 거리 personal distance>

45~120 센티미터... 정도의 거리
친구들 간이나 상당히 가깝게 아는 사람 사이에서의 마주침에 해당하는 간격.
상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어 친밀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불쾌감을 주고받을 수도 있는 거리  

<사회적 거리 social distance>     

120~360 센티미터까지의 거리.
공식적, 사무적 상호작용 상황에서 유지되는 거리 영역.     


<공적 거리 public distance>

360 센티미터를 넘는 간격에 해당.
공연자와 관객처럼 서로를 관찰자로 지켜보는 거리

 

곁을 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이 내 옆에 와도 부담스럽지 않고 누군가의 온기는 기분 좋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이는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움츠러들고 숨쉬기가 답답해집니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가늠하게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규정짓게도 하므로 생물학적인 거리지만 심리적, 정서적 거리 이기도 합니다.

개체 거리가 자신이 쳐놓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되어 타인과의 가까워짐을 방해하거나 당신에게 다가서는걸 머뭇거리게 하는 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외롭다란 곧 나와 밀접 거리, 개인적 거리를 공유해도 좋은 사람이 없다는 말입니다.

애무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폭력을 행사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거리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으므로 그 안에 다가서는걸 허용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얼굴이 많은 방에서도 우린 외로울 수 있습니다.



내 곁을 내주어도 , 나의 개체 거리 안에서 더 가깝게 다가와도  괜찮은  사람.... 당신에겐 몇 명이나 있나요?


이 거리를 좁힐수 있을까?


에드워드 홀이 정의한 거리는 일반적인 기준이지만 개개인의 개체 거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같은 거리 내에서도 누군가는 친밀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영역을 침범당했다고 느낍니다. 아떤이에겐 더 넓은 개체 거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사회가 간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우리나라 sns에선 지난 4년 동안 외롭다는 언급이 10배 많아졌다는 뉴스 기사를 봤습니다. 외로워도 외롭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요즘 sns에서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쟁 속에서 학교에서도 외롭고 , 생계라는 전쟁터인 직장에서는 더 외롭고 그래도 외롭다는 말을 누군가의 눈을 보며 하기 힘들어지는 요즘 , 우리 사회 속에서 개체 거리는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서로 멀어지고 있기도, 사회가 간격을 더 벌리고도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고립된 섬처럼 멀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나도 당신도 어느새 서로에게 섬이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듭니다.



그 거리의 그 가게에서 우린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

말 한마디 못 나누고...

그녀는 항상 혼자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어

혼자 있는 걸 냉정하게 견뎌내는 여자

난 널 무척이나 강한 애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혼자있는걸 견뎌내는 아오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쥰세이가 대학에서 처음 만난 아오이를 묘사하는 대사입니다.

아오이는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조금은 냉정하고 건조한 여자로 묘사됩니다. 소수와 인간관계를 맺고 책 읽고 목욕하기가 그녀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활동이며 자신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던  아오이.. 일반 사람보다 개체 거리가 좀 더 긴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런 아오이의 외로움을 읽은 사람, 쥰세이는 결국 그녀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이곳 대한민국에도 아오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외로움 속에서 용감한듯

꼿꼿이 등을 세우고 씩씩한 듯 보여도

외로운 당신.

괜찮나요?

얼마나 멀리 있나요?










이미지 출처: weheartit.com/amandawredenheim

               blog.naver.com/jinsang1984

               blog.naver.com/b_cassiopeia


이전 02화 #02 외롭지만 혼자이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