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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Oct 31. 2022

직장을.. 잃었다..

가끔 삶이 막막할 때..

직장을 잃었다..

딱 만으로 5개월 전에.


정확히는.. 20년간 유지하던 정규직의 지위를 내려놓고 1년 계약직의 신분이 되었다.


희망퇴직..이라는 아름다운(?) 제도를 통해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지만..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이런 상황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도 아닌 실전 인생에서.. if의 조건을 아무리 혼자 떠 올린 다한들 바뀌는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처음 희망퇴직 소식을 접했을 땐..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모두 함께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 동료 선후배들에게

“어차피 월급쟁이로 평생 못 산다. 어쩜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절호의 찬스일 수도 있다!”

는 논리로 성공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시련이라고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랬던 내가.. 계약직으로 전환된 지 5개월 만에.. 내년 계약 연장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삶은 참 아이러니하다.

희망퇴직을 하고 계약직으로 1년간의 선택이 주어졌을 때. 1년 덤으로 더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내게 주어진 행운에 감사했다.


그랬는데, 최대 2년까지 계약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사업을 줄이고 있고 사업을 정리하는데 드는 인력을 단기 계약직으로 운용을 하고 있는터라 길어도 겨우 2년이다. 그것도 1년 더 연장이 되었을 경우에 말이다.


어쩜,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내 커리어 전환을 하는 것이 성공적일 수 있을 텐데. 20년간 월급이 주는 달콤함에 안일하게 살아왔던 내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 내게 들러붙어있다.  


퇴직을 하고, 계약직으로 1년을 시작하며 이 1년 동안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겠다며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며 열정적으로 살았다. 딱 3개월 동안. 4개월째 우리 아이들이 수족구 및 아토피로 잠 못 드는 여름밤이 이어졌고.. 5개월 되던 때.. 내가 지쳤다. 시험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고 준비는 너무나 부족한 상태다. 일단 지금 내 상황에서 준비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해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지만 이쯤 되니..

‘이 자격증이 그렇게 특별하고 유망한 자격증도 아니고.. 딴다한들.. 사업으로 성공시키기도 사막에서 바늘 찾기겠지.. 휴..’

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나약한 내 모습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퇴근 후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가 참 좋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을까 봐.. 두렵다.


내게 직장이란.. 생계였고, 내 명함이었고 신분이었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아직도 막막하다. 겨우 5개월 지났다. 겨우 5개월 만에 힘들다 말하는 내 모습이 수년간 자기의 삶을 주체적으로 준비한 이들에게 무례한 건 아닌지..


문득문득 이런 내 모습을 자각할 때마다..

가끔.. 삶이 막막해진다.



10월 마지막 날 올리는 9월 마지막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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