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멋진 일을 하고 싶어

열번째 질문, 내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하여..

by 나작

작은아씨들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천로역정'의 가르침일 것이다. 자매들과 로리는 천로역정 속 크리스천이 도달한 '천상의 성'을 상상하며 각자의 성에 무엇이 있을지 꿈꾼다. 조의 성에는 아라비아 말이 가득한 마구간과 책이 쌓여 있는 방들, 그리고 마법 잉크스탠드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속적인 욕망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난 그 성으로 들어가기 전에 뭔가 멋진 일을 하고 싶어.
I want to do something splendid before I go into my castle.


라오스에 갈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뭔가 멋진 일을 하고 싶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실천하고, 내 경험을 담은 글을 쓰고 싶다고, 아마 그런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내 20대의 방황이 드라마였다면, 마지막 회 장면은 주인공이 라오스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 드디어 꿈을 찾았어요. 안녕 여러분. - The end -


하지만 다음날부터 새로 시작된 드라마는 자꾸 끝날 듯 말 듯 안 끝나고 늘어지는 막장드라마다. 막상 일 해보니 흥미와 보람은커녕 죄책감만 커진다는 것을 느끼고,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려다 못쓰고, 다시 일을 하다가, 다시 회의감에 시달리다가,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하다 못하고, 다시 일을 하는, 이상한 굴레에 빠져버린 것이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단기업무를 맡아 일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자료의 번역과 검색을 챗GPT에 의존하여 수주 간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한 후엔 역시나 또 '이게 뭐 하는 짓인가'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3월과 4월에는 비슷한 단기업무에 몇 개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고, 의무감에 해오던 영어공부도 잘 되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하다가, 다시 일을 하는 패턴에서 '다시 일을 하는' 영역으로 스스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이것도 쉽지 않았다.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이메일을 받은 4월의 어느 날, 나는 모든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첫째 날, 내 20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왜 그 비행기에 올랐는지 물었다. 진지한 성찰을 거친 진정한 관심이 아니라,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기대와 환상을 바탕으로 일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았다. 둘째 날, 내가 그 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때가 언제부터였는지를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고, 더 이상은 할 수 없다고 느끼고 라오스를 떠나던 그 시기부터였다. 그다음부터는 생존을 위해 버틴 것뿐이었음을 알았다. 셋째 날에는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 물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글 쓰는 삶이었다.


나는 지원서 대신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한 달 동안 썼고, 이제 열 번째 글이다. 이 글들은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고,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위한 글이다. 일과 생활에 쫓겨 글 쓸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대신,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우선으로 두고 지난 한 달을 살았다. 신기하게도 열개의 책을 읽고 열개의 글을 쓰는 동안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졌다.


내 천상의 성에는 여유와 위로와 글쓰기가 있다. 이제 지루한 막장 드라마를 끝낼 때가 되었다. 뭔가 멋진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의 성을 향해 오늘도 책상 앞에 앉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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