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질문, 나의 가능성에 대하여...
조와 자매들, 그리고 로리는 '기쁨의 산'에에 모여 각자가 꿈꾸는 천상의 성을 이야기한 후, 조는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난 천상의 성 열쇠를 가지고 있지만, 그 문을 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I’ve got the key to my castle in the air, but whether I can unlock the door remains to be seen.
조의 말에 이어서 로리는 "나도 내 성의 열쇠는 가지고 있지만 그걸 쓸 수가 없어."라고 한숨을 쉰다. 꿈을 꾸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지금의 처지를 마주했을 때, 그 가능성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진 열쇠를 발견해 낼 수 있을까?
어릴 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재능을 인정받은 경험은 별로 없다. 백일장이나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없고, 특별히 '넌 글을 잘 쓰는구나'하는 칭찬을 받아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경험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칭찬을 듣거나 상을 탈 수 없었다.
늘 글을 쓰다가 말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적거리다가, 대부분 기한을 놓쳐서 제출하지도 못했다. 완성된 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랍 속에 묻어 두었다. 글을 썼다면 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내 글이 부끄럽고 자신 없어서 평가받을 기회조차도 피해버린 것이 마음에 걸린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글을 써서 공모전에도 내보고, 등단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십수 년이 흘러버렸다.
작년에 공모전에 에세이를 써서 냈다. 역시나 무엇을 쓸지 고민하면서 미적거리다가 마감일이 코앞에 왔을 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쓰다가 제출했다. 글을 출력해서 서류봉투에 넣고, '00 공모전 담당자 앞'이라고 쓸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생전 처음 써보는 글씨의 조합이었다. 한산한 우체국 내부의 조금은 썰렁한 공기, 주소를 써 내려가던 검은색 사인펜의 서걱대는 느낌, '내 글'이 담긴 잘 밀봉된 서류봉투, 그리고 "등기로 보내도 늦는 경우가 있어요."라는 안내를 받을 때의 긴장감이 생생하다. 돌아오면서 부디 무사히 담당자 앞에 배송되기를 바랐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고, 당연히 수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글 한편을 완성해서 공모전에 냈다는 경험 자체가 강렬하게 남았다. 글을 제출하기 전의 나와 제출한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었다. '에이, 다음에 내자...' 하며 혼자만의 패배감을 곱씹는 사람이 더 이상 아니었다. 나는 결과와 상관없이, 공모전에 도전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조금 생겼다.
십 대의 나는 내가 가진 열쇠를 믿지 못했다.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잘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했다. 열쇠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시간이 흘렀다. 열쇠를 버릴까, 다른 열쇠를 구해야 할까, 그 성에 닿을 수나 있을까, 그 성이 있기나 할까...
아직 열쇠를 버리지 않았다. '조'의 어머니보다도 많을 나이가 되었지만, 이 열쇠로 성을 열 수 있을지 나는 여전히 모른다. 이제 겨우 다시 시작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