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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04. 2022

노점상으로 양말 파는 남자의 한 마디

노점상으로 양말을 팔면 얼마나 벌까?

"노점상으로 양말 팔아!"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가 노점상으로 양말을 팔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머리가 띵했다. 


나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푸드트럭 사장으로 각종 축제를 다니며 꽤 괜찮게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당시에도 누군가 나에게 "뭐 하는 사람이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아 저... 그냥 뭐 작은 일해요" 라던지

"사실... 그 푸드트럭.. 아세요? 트럭으로 핫도그를 파는데... 여하튼 푸드트럭이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아주 당당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수입이 큰 편도 아니였다. 



나는 푸드트럭 사장으로 워터밤, 월디페등 대형페스티벌을 쓸고 다녀도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했는데

이 친구는 노점상에 돗자리 깔고 양말을 파는데 왜 이렇게 당당한 것일까?


일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업을 해보고 싶다면 홍대가서 노점부터 시작해봐라


푸드트럭을 운영해봤기에, 노점상으로 무언가 판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홍대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 노점상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노점' 말그대로 길거리 장사다, 길거리 아무 곳에서나 판을 펼치고 상품을 판다. 정해진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자리도 자신이 만들고 뚫어야한다. 이게 말이 쉽지 30곳을 찾으면 29곳은 쫓겨난다. 처음부터 쫓겨나기도 하고, 장사를 하던 중 쫓겨나기 일쑤다. 


나도 푸드트럭으로 노점을 할 당시에, 장사를 하려고 막 트럭을 펼치고 있는데 접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A : "여기서 장사하시면 안돼요"

나 : "혹시 왜 여기서 장사를 하면 안될까요?"

A : "기존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작은말로) 어디서 갑자기 와서 남의 밥그릇을 뺏으려고해"

나 : "아 네.. 알겠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장사를 하고 있던 중 경찰이 와서 장사를 접은 적도 있다.


경찰 :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여기서 장사를 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나 : "아... 어떻게 좀 장사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경찰 : "흠.. 그러면 화, 목 19:00부터 22:00까지는 어떠신가요? 그때는 저희가 출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따로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봐드리겠습니다"

나 :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자리를 결국 안정적이게 확보하지 못한 나는 결국 노점의 길을 접고 행사만 쫓는 떠돌이가 되었다. 

그래서 내 자리가 정확하게 없고, 매번 행사를 찾아 떠돈다는 점, 푸드트럭이라는 점이 자꾸만 나를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너무나 당당했다. 두려움도 없어 보였다. "쫓겨나지 않아?" 라고 물으니 "자주 쫓겨나지만 가끔 운 좋으면 사람들이 도와주기도 해"라며 해맑게 웃으며 얘기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함을 가지고 한 치 부끄러움없는 모습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따라서 보는 관점, 보이는 관점 역시 달라지는 것 같다. 어떤 작가는 자신이 쓴 책이 있음에도 자신을 작가라고 부르는것을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시집 한 번 낸 적 없지만 자신이 시를 쓰고 있으니 시인이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자신이 차 있는 답변은 힘이 있고 멋짐이 있고 당당함이 있다. 듣는 사람 역시 그 힘에 멋있음을 느낀다. 만약 그 친구가 "나 .. 그 .. 길거리에서.. 양말을 좀 때다 파는데...어.. 그냥 그래" 이런식으로 답변했다면 듣는 사람도 그 멋있음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점상으로 양말 팔아!"

라는 당당한 답변은


그가 월 60 밖에 벌고 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멋있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게 했다.


<당당함>이라는 무기는 자신의 태도,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다르게 만들만큼 힘이 있다. 지난 날의 '우물쭈물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며 무슨 일을 하던


'자신있게'

'당당하게'

'멋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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