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거실에 앉아 느릿느릿 마른빨래를 갰다. 틀어놓은 영화의 전개가 빨라 거기에 맞춰 시간도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다. 그런데도 내 속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 다른 때 같으면 금방 지나는 휴일과 성큼 다가오는 월요일이 야속해서 아무런 소용도 없는 심통을 냈을 텐데 긴 연휴가 남은 것처럼 평화롭다.
월요일엔 아들 녀석이 제 차로 출근을 하니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줄 필요가 없어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섰다. 예전에는 그런 날조차 일찌감치 출근을 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그만두었다. 과하게 화려한 옷을 입은 것처럼 웬 호사인가 싶으면서도 몸에 맞지 않은 남의 옷처럼 어색하다. 언제나 자로 잰 듯, 모든 일상을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어 지낸 탓인지 조금 늦은 출근이 엄청난 일탈 같다.
퇴직 2주를 남겨두고 나는 처음으로 월요일에 너그러울 수 있었다. 월요일에 이처럼 너그러울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생경하다. 초등학교만 가도 싫어지는 그 무서운 월요일에 나는 "그래, 출근해 주겠어!"라며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대단한 탈선 같은 늦은 출근을 하는 월요일 아침, 낯선 기분에 들떠있는 나를 붙잡는 것이 있다. 사는 동안 이따금 다르지만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 힘들게 용서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결코 대단하거나 잘나서가 아니라 어쩌면 퇴직으로 인해 월요일에 너그러울 수 있는 것처럼, 처한 조건이나 상황이 달라져서 가능했던 건 아닌지 마지막 남은 월요일이 내게 슬그머니 무거운 질문 하나를 던지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