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1)
40년 만의 마추픽추!

40년 만에 꿈을 이루다.

by 파란 해밀


2017. 04. 30. 마추픽추에 오르다.



마추픽추에 오기까지 40여 년이 걸렀다. 중학생 때쯤이었을까? 우연히 마추픽추 사진을 보았다. 보자마자 생각했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리라.



이유는 나도 모른다. 왜 그렇게 살 떨리도록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 이유를. 단지 그 날의 짜릿한 전율만큼은 생생히 기억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떨림도 잊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격동의 청춘을 보내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 시뻘건 각혈처럼 선명했던 그 간절함도 점점 퇴색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TV 방송에서 나온 마추픽추를 보고 예전의 그 간절함은 몇 배로 부풀어 나를 흔들며 요동치게 했다. 그러나 페루는 버스터미널에서 가볍게 아무 버스나 잡아타고 쉽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입국 신고서를 쓰고 착륙하는 두어 시간 걸려서 가는 곳도 아니다.



33시간이라는 비행시간이 나를 기함하게 하고, 강도와 소매치기가 들끓는 치명적인 치안의 불안이 마치 도둑놈 소굴인 것처럼 회자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야겠다는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일을 저지르기로 했다. 가면 되겠지. 가까운 일본이나 몇 번 가 본 유럽이나 뭐가 다르랴 싶었다. 자유여행 경험이라고는 1도 없는 입사 동기를 꼬드겨 옆에 하나 꿰차고 가면 그래도 혼자보다야 낫겠지 싶었다.



그렇게 겁도 없이 배낭 하나 둘러 매고 페루로 날아갔다. 오얀따이땀보에서 1박을 하고 잉카 레일을 타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했다. 도착한 날 저녁부터 야속하게도 비가 흩뿌렸다.



삼 대가 덕을 쌓아야 마추픽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빼곡히 정해놓은 일정이라 비가 온다고 하루 더 연장할 수도 없다. 여차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하루를 넘게 날아와 잔뜩 낀 안개만 보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



마추픽추를 오르는 당일 오전에도 날은 흐렸고, 비는 고명처럼 내 머리 위로 호도독호도독 약 올리듯 떨어졌다. 안개로 뒤덮여 뭐가 뭔지 보이지도 않는 마추픽추를 현지 가이드를 동원해 설명을 들으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선뜻 개일 것 같지 않던 날씨가 40여 년 만에 마추픽추를 찾은 나의 간절함을 알았을까? 바람은 구름을 데리고 나가고, 마침내 비도 거두어들였다.



조금씩 제 속을 내어주는 마추픽추를 나는 한눈에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며 오래전 사람들의 몸짓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왜 이 곳에 마추픽추를 만들었는지 그 이유가 막연한 공감으로 잡힐 것도 같았다. 침묵하고 있는 저 웅대한 대자연 앞에서는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이루는 것이라 했던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꿈으로만 품고 있을 것이다. 비록 그 꿈을 이루기까지 40여 년이 흘러 단발머리 중학생은 어느덧 중년의 아낙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 잠시 보았던 그 사진 하나가 나를 이 곳에 머물게 했다.

살면서 우연히 접한 사진 한 장, 시선 하나, 그리고 작은 생각 하나가 우리를 얼마나 변하게 하는지 마추픽추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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