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아구아스깔리안떼로 떠나며

by 파란 해밀


2017. 04. 29. 아구아스깔리안떼로 떠나며


BandPhoto_2020_12_03_20_39_19.jpg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곳이지만 오얀따이땀보는 복잡한 도시에 비해 한층 정이 가는 곳이다. 유적지가 있지만 여느 유명한 관광지처럼 과하게 시끄럽지 않고, 현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편하게 보면서 조용히 둘러보기에 딱 좋은 곳이다.


BandPhoto_2020_12_03_20_38_50.jpg
BandPhoto_2020_12_03_20_39_00.jpg


이틀을 머물면서 정이 들었는지 유독 떠나기 아쉬운 곳이다. 거기에는 감자가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시장에 가면 감자 아주머니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본다. 아직 감자가 남아 있으면 뛸 듯이 기쁘고, 다 팔리고 없으면 실망한 표정을 숨길 수 없다.


BandPhoto_2020_12_03_20_38_41.jpg


수시로 들락거리다 보니 어느새 감자 아주머니와 친하게 되어 조금씩 감자를 크게 썰어주신다. 그다지 표정으로 표현하는 분은 아니지만 무덤덤한 가운데 속정이 느껴진다.


BandPhoto_2020_12_03_20_47_11.jpg


마추픽추가 있는 아구아스깔리안떼로 가는 열차를 타러 갈 때까지 조금 시간이 남아있어 광장 근처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일이 있을까 싶다. 마추픽추를 찾아오기까지 40년이 걸렸는데 내 남은 생애에 이곳을 다시 밟을 일이 있을까 싶어 마을 곳곳을 눈으로 기억에 담는다.


BandPhoto_2020_12_03_20_45_08.jpg
BandPhoto_2020_12_03_20_45_55.jpg


숙소에서 신청한 툭툭이(?)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린다. 막상 타고 갈 열차를 보니 좀 전까지 들었던 아쉬움은 어디 가고 소풍 가는 아이처럼 마냥 기분이 들뜬다.


BandPhoto_2020_12_03_20_45_40.jpg
BandPhoto_2020_12_03_20_45_27.jpg


북적대던 한 무리의 여행객을 열차에 태워 보내고 남은 텅 빈 플랫폼은 마추픽추를 연결하는 그 화려한 명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그저 조용한 시골 간이역이다. 여행객들이 흘리고 간 설렘이 길게 뻗은 철로에 쌓인 자갈 위로 반짝거린다. 철로를 따라 쭉 걸어보고 싶다.


BandPhoto_2020_12_03_20_42_20.jpg
BandPhoto_2020_12_03_20_45_24.jpg


드디어 우리가 타고 갈 열차가 들어왔다. 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아르헨티나에서 온 커플과 마주 앉아 가게 되었다. 활달한 여친과 듬직한 남친, 이 커플과 한동안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갔다. 이들도 나만큼이나 마추픽추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 있다.


BandPhoto_2020_12_03_20_50_02.jpg
BandPhoto_2020_12_03_20_44_58.jpg


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넋을 잃게 한다. 길을 따라 늘어선 산들도 하나같이 우람하다. 굵직굵직하고 높은 산은 깊은 계곡을 만들어 놓았고, 계곡을 휘감아 도는 물은 힘차게 흐른다.

저토록 멋진 뷰를 가진 곳에 카페, 식당, 호텔이 없는 것이 오히려 어색해서 혼자 피식 웃는다. 한국이라면 벌써 화려한 네온이 즐비했을 목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BandPhoto_2020_12_03_20_52_12.jpg
BandPhoto_2020_12_03_20_51_39.jpg


지루할 틈도 없이 창밖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아구아스깔리안떼에 도착했다. 짐도 있고 해서 늘 그랬듯이 당연히 택시를 불러 타고 숙소로 가려고 출구로 나와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곳에는 택시가 없다고 한다. 워낙 동네가 작아서 걸어가면 된다고 한다.

'동네가 얼마나 작길래 택시도 없어?'
하며 숙소를 찾아 나서 보니 정말 역에서 코 닿는 곳에 숙소가 있다.


BandPhoto_2020_12_03_20_49_18.jpg


숙소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나왔다. 아구아스깔리안떼는 정말 작은 동네였다. 그냥 눈으로 빙 둘러 보이는 곳이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andPhoto_2020_12_03_20_51_28.jpg
BandPhoto_2020_12_03_20_48_05.jpg


가장 먼저 한 일은 내일 마추픽추로 가는 버스 티켓을 끊는 것이었다. 오늘 할 일은 이것으로 다 끝내 놓고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았다. 광장 근처는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서 제법 규모가 있는 건물이 들어서 있고, 가게가 많이 있어서 이곳이 가장 핫한 곳인 것 같다.


BandPhoto_2020_12_03_20_48_34.jpg
BandPhoto_2020_12_03_20_48_46.jpg


내일 드디어 대망의 마추픽추를 오르는 날인데 날씨가 불안 불안하다. 희뿌연 구름이 동네를 감싸더니 간간이 보슬비도 뿌린다. 마을 한가운데로 흐르는 좁은 개울물도 잉카의 자존심인지 엄청나게 세찬 소리를 내며 흐른다. 근처에 오래 있다 보면 물소리에 정신이 온통 다 빠질 지경이다.

마추픽추를 위해 이곳을 오긴 왔는데 올려다보면 여기가 정말 마추픽추로 가는 길목이 맞나 싶을 만큼 동네는 아주 작고, 허름하다.


BandPhoto_2020_12_03_20_48_52.jpg
BandPhoto_2020_12_03_20_49_03.jpg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건물 안에 작은 시장이 있어 삶은 감자 파는 곳이 있는지 둘러보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말이 안 통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마침 옆에서 페루 남자가 종이에 싸서 먹는 것 가운데 감자 칩 같은 것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나 먹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봉지를 내밀어 준다. 먹어보니 감자가 맞다. 감자칩과 둥그런 모양을 손으로 그리며 삶은 감자 파는 곳이 없느냐고 했더니, 그 남자는 내 말을 알아듣고 옆에 있는 상인에게 물어봐 준다. 슬프게도 여기는 없다는 답을 토스해준다. 오얀따이땀보의 감자가 그립다.


BandPhoto_2020_12_03_20_49_12.jpg


개울가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다. 먹는 내내 물소리에 혼이 다 빠져서 제대로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발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어둑어둑해진 길을 온종일 들은 물소리에 취해 숙소로 돌아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