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온과 함께
2019. 09.29. 므츠크헤타, 여행은 사람!
시그나기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와서 숙소에 몇 가지 짐을 내려놓고 므츠크헤타로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갔다. 디두베역 근처에서 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주변에 있던 온 동네 아저씨들이 다 나서서 알려준다. 조지아 어딜 가나 인심이 넉넉하다
알려준 대로 찾아가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1라리라는 참으로 어이없는 착한 차비를 내고 버스에 올랐다.
므츠크헤타로 가는 버스에서 프랑스에서 혼자 여행 온 안토니온을 만났다. 마침 나와 행선지가 같아서 심심하지 않게 함께 다녔다. 10일 일정으로 조지아에 왔는데 6~70만 원 정도의 경비로 너끈하게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음전하고 진중한 청년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즈와리 수도원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뒤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수도원 뒤로 펼쳐진 정경은 여행자들의 사진 스팟으로 인기가 절정이다. 강물은 마을을 쓰다듬듯 조용히 흐르고 있다.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다.
내려와서 바라본 즈와리수도원의 옆모습은 앞에서 바라본 강직함과는 달리 마치 세상을 향한 수도자의 일렁이는 속마음 같다. 구도자의 번뇌와 세속적인 번민이 켜켜이 쌓인 돌담은, 끝내 그것을 어찌하지 못하고 저 너머 세상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즈와리 수도원에서 내려와 스베티츠호밸리 교회를 찾았다. 결혼식으로 붐비는 와중에 한 여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를 엄숙함이 느껴진다. 무엇을 위해 저토록 간절하게 온몸으로 기도를 하는지....
일부러 민트색 두건을 둘렀을까? 웨딩드레스를 입은 성당 안의 그 어느 화려한 신부보다 더 강렬하게 내 눈을 사로잡는다. 쨍한 민트색 두건과 허리 밑으로 살짝 삐져나온 코랄색 셔츠가 덤덤하고 수수한 검은색 상하의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북적거리는 성당 한 구석에는 아기가 세례를 받고 있다. 진지한 세례와는 상관없이 아기는 사력을 다해 울어댄다. 이것은 내가 원한 게 아니라는 듯, 투쟁에 가까운 소리로 저항을 한다. 교회를 빠져나올 때까지 아기 울음소리는 계속되었지만, 사진만으로는 마치 명화 속의 한 장면처럼 평화롭게 보인다.
교회를 나와 근처에 있는 작은 시장을 둘러보았다. 지나다가 오렌지 착즙을 파는 곳이 있어서 안토니온에게 주스 한 잔을 사서 권했다. 손사래 치는 그에게 괜찮다고 했더니, 굳이 옆에 있는 가게에서 츄르첼라를 사서는 답례로 건네준다. 나보다 며칠 먼저 조지아에 왔다고 그는 츄르첼라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을 해준다.
간단한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트빌리시행 버스를 탔다. 안토니온은 엔틱한 것을 좋아한다며 트빌리시로 돌아와 드라이 브릿지 벼룩시장을 소개해 주었다. 자유광장에서 걸어 20분쯤 들어간다. 한 번 가 본 길이라 안토니온은 제 집 가듯 벼룩시장을 잘 찾아간다.
나도 좋아하는 곳이라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둘이서 벼룩시장을 정신없이 훑으며 구경을 했다. 벼룩시장에서 5라리 하는 반지 하나와 배지 몇 개를 샀다. 작은 반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맞춘 것처럼 잘 맞다. 끼자마자 꼭 마음에 든다.
물건 파는 아저씨도 예쁘다며, 10라리에서 반이나 뚝 잘라 깎아 주면서 사라고 꼬신다. 여행 내내 잘 끼고 다녔다. 메스티아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면 다시 한번 벼룩시장에 들러봐야겠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인지 저녁이 되자 허리가 아파온다. 올드타운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안토니온이 물었지만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고 벼룩시장을 끝으로 헤어져야 했다. 언젠가 프랑스에 오면 꼭 연락하라는 그와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은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