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카즈베기에서 만난 길고양이

by 파란 해밀


2019. 10. 08. 카즈베기에서 만난 길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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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끝이라 날씨가 제법 춥다. 그동안의 조지아 날씨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몇 겹을 껴입었는데도 쌀쌀한 기운이 온몸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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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사메바 성당을 다녀오고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숙소로 바로 돌아가기에는 시간 여유가 있어 사부작사부작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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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리를 만드는 빵집이 있어서 한동안 창문 앞에 붙어 서서 신나게 구경을 했다. 제빵사는 밀가루 반죽을 마치 장난감처럼 손바닥에 두고 가지고 논다. 밀가루 반죽 한 덩이를 화덕에 떡하고 갖다 붙이니 이내 커다란 푸리로 부풀어져 나온다.

갓 구워낸 빵은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며 맛있게 생겼지만 나한테는 짜서 많이 먹을 수 있는 빵은 아니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한테는 가격도 싸고 양도 많아서 그냥 빵 하나만으로 너끈한 점심 식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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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블록을 더 나가 보니 길고양이 두 마리가 눈에 띈다. 집에 두고 온 고양이 생각이 나서 한동안 그들을 쳐다보았다. 주로 큰 노란 고양이가 흑백 고양이를 따라다니고, 작은 흑백 고양이가 밀당을 한다.

작은 고양이는 연신 요리조리 튕기며 큰 고양이 머리 꼭대기에 앉아 녀석을 요리하는 법을 통달한 것 같다. 어쩌다 흑백 고양이가 곁을 조금이라도 내어주면 노란 고양이는 속도 없이 금세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차 소리가 날 때는 소스라치게 놀라 둘이 같이 도망갔다가 자동차가 지나가고 나면 또 강아지처럼 달려 나온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개냥이처럼 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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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밀당을 하던 흑백 고양이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슥~~~ 제 몸을 내 다리에 비비고 지나간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동네 사람들과 잘 지내서인지 녀석은 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제 친구쯤으로 여기고 논다.


"야옹~~~"
하고 소리를 냈더니 힐끔 뒤를 돌아본다. 다가가 살짝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르릉 그르릉 골골송을 부르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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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었더니 아예 등을 타고 올라와 업힌다. 그러자 나머지 한 놈도 슬그머니 다가와 옆에 앉는다. 나를 아주 만만하게 여긴 건지, 친하게 생각한 건지 처음 본 사람에게 아무런 경계가 없다. 순식간에 카즈베기 길고양이와 동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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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이 그리웠는지 한동안 안겨서 눈을 지그시 감고 품을 파고든다. 다리 위로 느껴지는 녀석의 몸은 아직 아기 고양이처럼 여리기만 하다.


지나는 자동차 소리에 아무리 괜찮다고 다독여도 매번 소스라치며 둘은 도망간다. 차가 가고 나면 다시 또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나 잡아봐라'를 하며 뛰어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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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차 소리가 날 때마다 반사적으로 달아나는 녀석들의 몸짓이 안쓰럽다. 품에 안겨 있을 때조차 안심하지 못하고 멀리 도망을 간다.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놀라고, 달아나고 하는지......


아직은 괜찮지만 앞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카즈베기에서 녀석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둘이서 부디 의 상하지 말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알콩달콩 지금처럼 잘 지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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