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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페낭 일기 10화

(말레이시아) ​생각은 요지경!

by 파란 해밀


2019. 03. 07. 조지타운 업사이드다운 뮤지엄



페낭 여행도 거의 막바지이다. 하루를 남겨두고 아침을 먹자마자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오늘도 날씨는 오전부터 푹푹 삶아댄다.



조지타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업사이드다운 뮤지엄으로 향했다. 그냥 건너뛸까도 생각했는데 일정상 여유도 있고, 딱히 작정하고 있는 것도 없어서 쉬엄쉬엄 걷다 보니 어느새 박물관에 도착했다.



큰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닌데 생각 외로 많은 관광객들이 와 있고, 막상 둘러보니 아주 재미있는 곳이다. 안 왔으면 나중에 많이 아쉬워했을 것 같다.



"이럴 수도 있구나...... "


하며 기발한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방마다 새로운 컨셉으로 색다른 구경거리가 있어서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때마다 어떤 방일지 궁금하고, 점점 기대를 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틀에 박힌 생각에 갇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사물이 이렇게 바뀌어도 세상이 달리 보이는데, 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얼마나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몇 년 전, 회사에서 전국적으로 기관별 홍보 동영상 공모전이 있었다. 당시 홍보실에 근무하면서 그 일을 맡게되어 아이디어 컨셉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그동안 너무 우리 시선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왔다. 뻔한 스토리이니 이번에는 제삼자가 우리를 보는 시각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당연히 다들 할 말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했다. 익숙하지 않은 컨셉이었고, 모험이었다. 누구 한 사람 선뜻 동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중의 단 한 사람이 강하게 좋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팀은 전국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것을 최우수상으로 뽑아준 조직 내 심사위원들의 선택도 의외였다.


물론 다른 팀들의 작품은 하나 같이 그동안 늘 해왔던 방식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도 하려고 했던......



그때 절실히 알았다. 이 작은 소집단마저 새로운 시도에 장벽이 따르는데 조직과 사회의 변화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벽과 부딪쳐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일까? 그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해 볼만한 것은 나 자신하고만 상대하면 되기 때문이다. 맞서거나 설득해야 하는 상대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무엇을 하든지 늘 과한 힘이 문제다. 생각에도 그 힘을 빼면 좀 더 유연하게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언제나 우리는 내 눈높이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했을 것이다. 세상을 뒤집어 보고서야 조금 알 것 같다.



평소 상대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려고 했다. 상대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거꾸로 보는 것의 하나일 수 있겠지만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것과는 또 약간 차이가 있다.



거꾸로 하는 생각! 거꾸로 보는 현실! 그 한가운데 내가 있는 모습을 보며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이곳은 내 생각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하나의 재미로 여기면 그저 단순히 재미로 끝날 수 있는 곳이지만 방 투어를 마치고 나와서 생각을 추슬러 본다. 나는 그동안 어떤 생각과 시선으로 살았을까? 거꾸로 서 있는 사진 속의 나를 보며 또 다른 나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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