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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페낭 일기 06화

(말레이시아) ​석양에 잠시 멈추고

by 파란 해밀


2019. 03. 03. 바투페링기의 석양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자 얼마 없던 사람들조차 바다를 다 떠나고, 낮동안 떠 있던 보트들도 전부 뭍으로 거두어들인다. 그제야 큰 숨을 돌리는 듯 한 바다도 지는 석양을 서서히 끌어안을 준비를 한다.



붉은 하늘은 바다를 이내 같은 빛으로 색을 입히고, 그 바다에 몸을 담은 연인들은 해진 바다의 차가운 물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하루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바다에 몸을 식히 듯, 저들의 뜨거운 사랑도 언젠가는 편하게 쉬어가기도 하겠지.......



늦게까지 해변에 남은 부녀의 도란거리는 이야기가 파도에 묻힌다. 어렸을 적, 오빠 뒤에 앉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서 보곤 했던 저녁 노을은 아직도 선홍빛 그대로 기억에 남았는데, 저 꼬마의 가슴에도 바투페링기의 석양이 내 것처럼 또렷이 기억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지는 해를 망연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여기가 어딘지, 내가 누구인지도 잊어버린다. 그 어느 것에도 쫓기지 않으니 종내 시간조차 망각한다.



바투 페링기의 저녁 해변은 모든 것을 정지시켜 놓는다. 해 지는 백사장에 오도카니 앉아 나도 생각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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