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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페낭 일기 04화

(말레이시아)
​터틀비치에서 거북이처럼

by 파란 해밀


2019. 03. 04. 페낭 터틀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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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쉬고 있다 보니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고, 좀도 쑤시는 듯해서 짧은 트래킹을 나서 보기로 했다. 터틀비치에 가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페낭 국립공원으로 갔다.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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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국립공원 입구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쉬엄쉬엄 걸어가 보기로 했다. 공원 내에 식당이 없어 공원 앞에서 점심으로 작은 샌드위치와 물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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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이 많이 험하거나 오래 걸리면 어쩔까? 하고 걱정했는데 내 걸음으로 한 시간 반가량 걸은 것 같다. 가는 도중 한 곳에서 길이 헷갈리긴 했지만 그 외에는 빤하게 나 있는 숲길로 가다 보면 터틀비치에 도착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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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한국의 국립공원만 생각하다가 텅 빈 해변을 보는 순간, '내가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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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비치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숲길로 이어져 있어 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그늘로 이어져 있어 힘들지 않게 걸어갈 수 있어서 천천히 산보 삼아 가기에 좋다. 일찌감치 갔던 사람들은 내가 들어가는 길을 벌써 되돌아 나오기도 하고, 나처럼 이제 들어가는 사람도 있어서 무서운 생각도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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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동안 숲길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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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지 않아 고즈넉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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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목적지에는 듬성듬성 벤치와 테이블이 있다. 어느새 12시가 넘어가고 있다. 준비해 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걸어오느라 배가 고팠는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뚝딱 먹어치웠다. 볼품은 없어도 맛은 끝내준다. 행복한 포만감에 샌드위치를 만들어준 아저씨가 잠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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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테이블에 쿠알라룸푸르에서 놀러 온 말레이시아 아가씨들이 앉았다. 친구 사이라는 두 사람은 어떻게 페낭까지 혼자 왔느냐며 나를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말레이시아 사람인 그들도 페낭에는 처음 와 봤는데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내가 신기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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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한동안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며 언젠가 꼭 한 번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한다. 서로에게 좋은 여행을 하라는 인사말을 나누고 그녀들은 먼저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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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와서 알을 낳는다고 해서 터틀 비치라고 하는데 거북이는 통 눈에 띄지 않는다. 오는 길에 좁은 산 길을 가로질러 건너 기어가는 작은 거북이 한 마리 본 것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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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가 보이지 않으면 어떠랴? 걸어가느라 이마에 송송 맺힌 땀을 식히며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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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을 태운 보트가 가끔씩 선착장에 도착한다. 돌아갈 때는 나도 배를 타 볼까 하는 생각에 잠시 갈등을 했지만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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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았다. 낯선 곳에서 혼자 사부작사부작 호젓한 숲길을 걸어보는 것도 그동안 알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다. 좀 더 다양한 여행을 체험해 보고 싶다. 이름난 관광지를 찾아 구경하는 것보다는 다른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느껴보고 싶고, 그 사이사이에서 머물러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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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할수록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에 조금씩 눈을 떠 간다.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익혀가며 새로운 여행을 위해 이번 페낭은 또 다른 의미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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