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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페낭 일기 03화

(말레이시아) ​ 도전! 패러세일링

by 파란 해밀


2019. 03. 02. 바투페링기에서 패러세일링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호텔 뒤편으로 나 있는 작은 쪽문을 통해 바닷가로 나가보았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해변은 한산하다.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지만 그래도 간간히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작정 백사장을 따라 걸었다. 무겁게 누르고 있던 피로가 파도에 씻기는 것 같다.


걷다 보니 패러세일링이 눈에 띈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만 보면서 부러워하기만 했을 뿐 직접 타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막연히 해 보고는 싶었지만 겁이 많아 속으로 한참을 망설였다. 놀이기구도 겨우 회전목마만 타는 수준이다. 다람쥐 통도 한 번 타보고 혼비백산 한 후로는 꿈도 꾸지 않는다. 타던 바이킹도 마누라가 죽을 것 같아서 남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작동을 멈추게 했다.


어렸을 적, 바다에 두 번 빠진 트라우마가 있어서 비록 수영을 배우고는 있지만 물에 대한 공포가 다 가신 것은 아니다. 그래서 페러 세일링은 더 망설이게 된다. 나를 뛰어넘는 모험을 할 것인지, 번지점프처럼 막연한 동경만 품고 있을 것인지 모험과 두려움! 이 둘을 끌어안고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지 않았을 때 남는 후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무섭지 않으냐? 위험하지 않느냐? 물에 빠진 사람은 없었냐? 물어봐도 아무 소용없는 말들을 직원에게 쏟아부으며 애써 나를 달랬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망설임 따위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 그들은 모든 준비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잔인한 사람들......



보트를 타면서도 그냥 이쯤에서 안 하겠다고 할까? 이왕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그냥 할까? 하는 갈등이 뒤섞이며 나를 심하게 흔들었다. 장비를 몸에 묶는 동안에도 마음은 복잡했다. 그러는 동안 바람에 불려 날아가듯 하늘로 몸이 뜨기 시작했다.


"으~~~~ 악~~~~"

발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지를 수 있는 고함은 다 질렀다.


악악 대면서 하늘로 하늘로 올라갔다. 어느 정도 올라가고 나니 심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다. 바다 위에서 조금 주변을 즐기려 하니 줄을 당기기 시작한다. 내려오느라 또 심하게 몸이 흔들린다. 다시 악악거렸다.


선장이 나처럼 겁이 많은 여행자는 처음 본다고 한다. 그래서 당초에 하기로 되어 있는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은 차마 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겁에 질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라. 괜찮다. 아무렇지도 않다......."

인도에서 왔다는 이 총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잘 챙겨주었다.


페러세일링을 마치기 전까지 이런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이후로 바닷가에 나가면 그와 선장을 만날 수 있었다.


선장은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악을 쓰며 무서워했던 흉내를 내며 놀려댔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페러세일링을 한 내가 대견해서 뿌듯하다. 다음에는 덜 악악 대고 좀 더 우아하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도 밑줄 한 줄 진하게 쭉쭉 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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