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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Jul 11. 2024

그림일기 _ 텃밭 미술관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비가 내려 싱그럽게 빛나는 학교 텃밭은 작은 미술관이다. 아이들이 만든 식물 이름표, 아니 미술 작품들이 낮게 걸려 있다.  그 어떤 화려한 식물보다 내 눈을 잡아 끈다.

 

나를 만지면 향기가 나요


"이름표에 장미들을 가득 그려 넣을 거예요. 분명히 빨간 향이 날 거예요."

"오드코롱은 녹색인데?"

"그래도 난 그렇게 그릴 거예요!" 

참새의 날이 3월 20일인 것도 아는 만물박사 서린이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만지지 않아도 충분히 알 것 같다.


선생님, 나도 하고 싶어요


"응? 아직 글을 모르는데?"

도움반 아이, 하윤이에게 생각 없이 말해버렸다.  

그때 적막을 뚫고 들어온 하성이, 온유 목소리.

"우리가 도와주면 되잖아요."


하윤이가 그린다.

제일 좋아하는 주황색 사인펜을 들고서.

비뚤비뚤 따라 쓴다.

친구가 써 준 글씨를 유심히 보며.

금. 잔. 화.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이 최고의 작품을.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된 후에도
예술가로 남을 수 있게 하느냐는 것이다.

                                          _ 파블로 피카소




1학년 꼬마 예술가들이 만든 텃밭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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