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회 ZOOM 수업은 스마트폰이 아닌, 웹캠이 있는 PC나 노트북에서 참여해야 한다고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게 얘기했다. 그러나 ZOOM 바둑판 분할 화면에서 이름만 적혀있는 까만 화면이 일곱 군데나 보였다. 스마트폰 ZOOM에서 PC ZOOM으로 대이동은 성공했지만, 7명은 웹캠이 없는 PC로 참여했다. 예상을 했던지라 당황스럽진 않았다.
ZOOM 수업 화면
우리 반 부모님들 대부분은 맞벌이시라 바쁘시다. 게다가 아이들은 6학년쯤 되면 1~2학년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부모님들에게 얘기하지 않는다. 다음 주는 학부모 전화 상담기간. 나는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을 말할 것이다. 언젠가는 7명이 0명으로 줄어들겠지.
이럴 줄 알고 오늘 수업은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게 준비했다. 화면에 얼굴을 보여줄 수 없어도, 목소리를 들려줄 수 없어도 불편함이 없게.
오늘은 사회책 13쪽 위도와 경도를 공부하는 날.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의 수업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실물화상기로 사회과부도에 나와있는 세계지도를 보여주며 위도와 경도를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적도를 기준으로 위아래로 존재하는 위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좌우로 존재하는 경도.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실에 있던 지구본도 보여주었다. 그렇게 한 시간 내내 설명을 했건만, 아이들은 어려워했다. '위도와 경도로 여러 나라의 위치를 나타내보라'는 교과서에 나와있는 문제를 많은 아이들이 선뜻 해결하지 못했다. 늘 내게 용. 감. 했. 던 예린이가 큰 소리로 얘기했다.
"선생님은 왜 그렇게 설명을 못하세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돌직구로 날아오던 그 말에 무척 당황했던, 그 흑역사의 기억을 오늘은 반드시 지우고 말리라.
아침 9시. 대기실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들이며 김동률의 '출발'을 들려주었다. 볼빨간 사춘기의 '여행', Pink Martini의 'splendor in the grass',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중에서 어떤 음악을 들려줄까 고민했는데, 2학기 사회 첫 수업이라 김동률의 '출발'이 무난할 것 같았다. 방금 일어났는지 눈이 부어 있는 아이들,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 눈 위만 보여주는 아이들, 그조차도 볼 수 없는 아이들.
'오늘은 내가 또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교실에 도착하기까지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던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의 스위치를 켜고 조금 업된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선생님 목소리 잘 들리나요?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했는데, 아직 웹캠이 없는 아이들이 많네요. 오늘은 '채팅'을 많이 사용할 거라서 괜찮아요. 하지만 다음에는 꼭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 미션, 선생님에게 '비공개 채팅' 보내기. 지금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5글자'로 보내주세요.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이런거 안 받겠습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기대할게요."
첫 번째 미션
좀 지나자 아이들의 글이 도착했다. '재미있네요', '새롭습니다', '괜찮습니다', '자고 싶어요', '안 해도 돼요?', '어려운데요?', '신기하네요' 등등.
기다리던 '사랑합니다'가 도착했다.
"어머나, '사랑합니다'라고 보내줬네요. 오, 감동!"
'고맙습니다'는 안된다 했는데, 몇 명은 기어코 '감사합니다'라고 보냈다. 공개 채팅으로 보내달라고 했다면, 다른 친구들이 보낸 것을 보며, 더 재밌는 말을 생각해냈을 텐데.
사회 교과서를 보며 위도와 경도에 대해 아이들에게 간단히 설명한 다음, ZOOM 공유 화면으로 구글어스를 보여주었다.
"먼저 선생님이 하는 것을 같이 볼까요? 그리고 나서 여러분이 활동할 수 있는시간을 줄게요. 구글 계정은 다 만들었죠?"
"크롬에 접속해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세요."
아래 자료에 나와있는 순서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아이들에게 5분 정도 탐색 시간을 주었다.
구글어스로 위도와 경도 가르치는 방법
"자, 이제 두 번째 미션. 선생님에게 비공개 채팅으로 퀴즈 문제를 만들어 보내주세요. 선생님이 대신 읽어주겠습니다. 친구들이 낸 문제를 잘 듣고, 어떤 나라인지 구글어스에서 직접 찾아보세요. 정답을 알겠으면 선생님에게 비공개 채팅으로 보내주기."
아이들이 만들어 비공개 채팅으로 보내 준 문제를 내가 읽어주면, 아이들이 비공개 채팅으로 정답을 보내주었다. 그러면 문제를 낸 아이가 공유화면으로 자기 구글어스 창을 보여주며 정답을 말하고 위도, 경도를 다시 설명했다.
이렇게 퀴즈까지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음. 오늘 수업 너무 완벽한거 아니야?'
두 번째 미션
'위도와 경도는 이쯤에서 됐고, 다음 시간에는 잠깐 복습한 후에 '코로나가 끝나면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구글어스 3D 스트리트뷰로 소개해볼까?'
수업이 끝난 후에도 만족스러운 기분에 한참 젖어있었다.
그리고 퇴근 후 밤 10시, 아이들 과제 확인을 하러 클래스팅에 접속했다가 맞닥뜨린 두 번째 내 흑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