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장회의 때, 6학년 선생님들이 패들렛 구입을 요청하셔서 담당 부장님이 기안, 교장선생님도 결재해주셨지만, 행정실에서 막혀 구입이 무산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작년 기억이 소환되어 마음이 불편해졌다. 작년 가을에도 나를 포함한 우리 학교 선생님 여덟 분이 학교에 마인드마이스터 유료 구입을 요청했었다. 담당 부장님이 적극 도와주셨고 교장선생님도 결재해주셨지만, 행정실 직원의 착오로 없던 일이 되었다.(전에 썼던 브런치 글 '여러 에듀테크 활용 ZOOM 수업 2 (마인드마이스터 편)'에도 이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행정실도 처음 겪는 일이라 해외 유료 결제... 이런 일들이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작년 그 일 이후 6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원격수업 도입으로 교육 생태계가 바뀐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행정실도 바뀌어야 한다. 행정실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의 교무 업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장회의가 끝나고 행정실 직원분들께 메신저를 보냈고, 이후 행정실장님과 면담도 했다. 행정실장님의 책상 위에는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또는 연구부장님이 이미 출력해서 드린 듯한 서울시교육청 공문이 놓여있었다. 행정실장님은 사드리고 싶지만 죄송하다며, 행정실에서 구입해줄 수 없는 사유가 담긴 5장의 서류를 내게 건네주셨다. 그 서류에는 갖가지 법령들과 그것을 해석하고 있는 답변들로 가득했다.
위와 같은 일이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원격교육은 계속될 것이다. 올해 우리 학교에 4개의 스마트교실이 생겼고, 최근 각 교실 AP 공사가 시작되었다. 머지않아 AP가 설치된 모든 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은 스마트 탭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에듀테크 프로그램들이 나오기 전, 우리 교사들은 해외 유료 프로그램들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교실로 돌아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여러 방면으로 자료 조사를 했다. 패들렛 구입을 해주었던 타학교 행정실장님과의 전화 문의, 서울시교육청 원격수업 담당 장학사와의 전화 문의, 인터넷 조사, 전교조 서울 조합원 소통방.... 그렇게 알게 된 사실들을 이 곳에 기록한다. 그리고 보고 자료를 작성해 다음 주 행정실장님을 만나 다시 설득할 예정이다.
학교 관리자 및 행정실 직원 설득하기
1. 공문 보여드리기
우리 학교 교장, 교감선생님은 선생님들이 필요로 하는 원격교육 기자재 및 에듀테크 프로그램 구입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학교 관리자분들과 행정실 직원들이 아직도 많다. 만일 그런 경우라면 그분들께 우선 공문을 보여드리길 권유한다. 필요한 분이 계실 것 같아 아래에 관련 자료를 첨부한다.
공문을 보여드려도 에듀파인에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할 수 없다는 등의 회계절차 이유로, 행정실에서 구입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에듀파인 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해보라고 말씀드린다. 일반 회사 총무과도 다양한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하듯이 국가교육기관도 에듀파인이라는 회계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교사나 교육공무직 직원이 필요한 물품이 있어 기안을 올리고 구입한 후, 영수증을 제출하면, 행정실 직원은 에듀파인으로 회계 처리를 한다. 이때, 거래처 정보인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구글을 비롯한 해외 기업은 우리나라 소재가 아니므로 당연히 사업자등록번호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 행정실에서 이런 사유를 들어 구입을 못해주고 (또는 안 해주고) 있다. 우리 학교도 같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 K-에듀파인 콜센터는 다음과 같이 답을 한다. (참고로 콜센터에 내가 직접 전화를 한 건 아니다. 전교조 서울 조합원 소통방에서 얻은 자료를 인용한다)
"카드결제의 경우 임의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여도 된다. 많은 학교에서 실제로 학교에서 돈이 지급되는 곳은 카드회사이기 때문에 카드회사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패들렛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서울OO초등학교(송파구 소재 혁신학교) 행정실에 직접 전화를 해보았다.
"행정실장님, 저희 학교 행정실장님은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할 수 없어 구입해줄 수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그건 행정실에서 융통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저는 일단 학교 선생님들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학교 이름이 알려지는 건 조심스럽네요. 사업자등록번호에 '111111111...' 이런 식으로 임의 번호를 입력했어요. 에듀파인 콜센터에서도 그렇게 가르쳐주시더라고요."
"그렇게 해도 학교 감사 등에서 걸리지 않을까요? 올해 저희 학교가 감사가 있거든요."
"그럼 영수증 뒤에 서울시교육청 공문을 첨부하면 되겠네요."
정리하자면, 사업자등록번호에 카드회사의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거나 '111111111...'과 같은 임의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3. 이미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다른 학교 사례 언급하기
그럼에도 해주지 않는다면,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학교 사례를 언급한다. 다음은 네이버 카페 '정보부 교사 전국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정보이다.
경기 광동고, 경기과학고, 서울 청운고 그리고 서울의 많은 혁신학교(초등학교 포함)들이 해외 유료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2번과 같이 에듀파인 사업자등록번호에 임시 번호나 카드회사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한 학교도 있었고, 개산급 지급 방식을 이용한 학교도 있었다. 개산급은 사후 지급 방법으로 교사나 행정실 직원이 개인 신용카드로 구입을 하고, 나중에 개인 은행 계좌로 구입 비용을 입금받는 방법도 이에 속한다. 이 방법 이외, 학교 컴퓨터 수리 보수 업체를 통해 구입한 학교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컴퓨터 수리 보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 보수 업체를 통하면 수수료 10%의 웃돈을 주고 해외 결제 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행정실의 자세와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했다.
4. 교육청에 지원 요청하기
3번 방법까지 해봤는데도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교육청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교육청은 교육지원청으로 불리기도 한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들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로 언젠부터인가 '교육청'의 '교육'과 '청' 사이에 '지원'이라는 단어가 덧붙여졌다. 대부분의 교육청에 원격수업 관련 장학사들이 있다. 서울시교육청만 하더라도 중등교육과 원격교육 부서에 관련 장학사만 네 명이다. (참고로 초등, 중등 원격수업 관련 업무는 중등교육과에서 총괄한다.)
교실로 돌아와 이런저런 자료를 조사한 후, 마지막으로 교육청 담당 장학사님께 전화로 문의를 했다.
"서울OO초등학교인데요. 현재 저희 학교 사정이 이런데, 저희 학교 행정실에 전화 좀 부탁드립니다."
친절한 OOO 장학사님은 학교 이름을 확인한 후,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관련 부서에서 자료를 더 조사해보고 회의한 후 학교 단위에서 해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하나의 공문이 새롭게 내려오는 걸까? 공문도 안 통하는 학교 행정실인데... 행정실에서 해외 유료 프로그램을 구입해줄 수 있도록 좀 더 쎈 공문이 내려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업자등록번호를 꼭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에듀파인 시스템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일들이 바. 람. 직. 하. 게 해결되어 지금 쓴 내 글이 머지않아 전혀 읽을 필요가 없게 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