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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농 Nov 16. 2022

오, 나의 위대한 생태 텃밭

5월부터 도전한 목화씨 발아

실패하고 실패하다 6월에 겨우 목화 싹 다섯 개를 얻었다

그중 네 개 마저 죽어버리고

남은 한 개 싹

너무 늦게 심은걸까

여름 내 목화꽃 한 송이 못 피웠다

그런데 겨울을 앞둔 오늘 이렇게 솜 열매 하나 터트렸다


봄, 여름 텃밭의 경관을 책임지듯

자태를 뽐내던 가지

겨울을 기다리며 가지 나무 끝이 하얗게 굳어간다

사람 머리 하얗게 변해가.

한 여름 보라 탱탱 싱그런 가지를 내더니

이제는 제 모습 꼭 닮은 늙은 애기 가지를 낸다

죽어가도 제 소임을 끝까지 해낸다  

그너머 보이는 청보리 싹

땅콩 수확한 자리에 뿌린 청보리 씨

일주일 지나도 소식 없더니

주말 시원하게 비 맞고 난 뒤

이렇게 삐끔히 올라왔다  

보고 있으니 눈물 난다

내년 봄 갈아엎어 텃밭 거름  청보리

그 옆에서 아이들이 논다

한련화와  물방울 놀이.


세 평 남짓되는

이곳에서

우주가 열린다


오, 나의 위대한 생태 텃밭



* '나의 위대한 생태 텃밭'은 책 이름 '나의 위대한 텃밭(샐리 진 커닝햄, 들녘)'에서 따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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