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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1. 2021

매일 저녁 6시면 들려오는 소리

Baker Tower Chime Bell of 6PM

베이커 도서관의 꼭대기 층에는 다트머스 학생들의 하루 시작을 열어주는 종탑이 있다. 아침이면 수업 사이의 이동시간에 들을 수 있는 차임벨은 바로 이 종탑에서 연주되는 것이다. 분주히 다음 수업으로 이동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잔디밭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듣는 차임벨 소리는 다트머스 학생이라면 누구나 익숙하게 느낄 수 있는 일상이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리...)

차임벨 연주곡은 매일 바뀐다. 어떤 날은 비틀즈의 '헤이 주드'가 울려퍼지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다양한 캐롤이 울려퍼진다. 미국의 국경일에는 미국 국가를 비롯하여 “America the Beautiful”과 같은 곡이 연주되기도 한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리포터 테마곡은 차임벨 특유의 울림소리와 특히 잘 어울리는데, 그래서인지 흐린 날 이 곡이 연주될 때면 마치 캠퍼스가 호그와트가 된 것만 같다.


이렇게 다양한 곡이 연주되는 것은 종탑의 차임벨이 신청곡을 기반으로 한 레파토리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커 종탑의 운영은 다트머스 음대에서 맡고 있는데, 차임벨 연주는 사람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음악 석사과정 학생이 특별히 만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연주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종만큼은 진짜 종이라고!)


(차임벨을 담당하는 학생의 인터뷰 영상!)

다트머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bells@dartmouth.edu에 신청곡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신청곡을 꼭 연주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종탑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차임벨이 연주 가능한 레파토리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가끔 종탑에서 생일 축하 노래가 연주될 때가 있다. 아마도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누군가 신청한 특별 이벤트일 것이다. 생일 축하 노래의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올 때마다 오늘은 누구의 생일인지 괜히 궁금하고 특별한 축하를 받는 주인공이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전을 활기차게 해주는 신청곡 차임벨과는 달리 저녁에는 매일 같은 곡이 연주된다. 바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저녁 6시면 울려퍼지는 교가 차임벨이다. 수업을 다 마치고 차임벨 소리에 맞춰 교가를 흥얼거리며 잔디밭을 가로질러 포코로 저녁을 먹으러 갈 때면 뭔가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있는 듯한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밤샘을 앞두고 있다면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Written by El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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