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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 Green Grads Oct 04. 2021

매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

Farmers’ Market on the Big Green

다트머스의 그린에서는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파머스 마켓이 열린다. 근처의 농가와 수공예 소상공인들이 부스 형태로 참여하는 장터인 파머스 마켓에서는 농가에서 생산한 유기농 호박, 당근, 사과, 딸기 등 작물, 호밀빵에서부터 컵케이크에 이르는 다양한 페이스트리, 집에서 만든 다양한 잼과 칠리소스들, 메이플시럽, 수제치즈, 다양한 수제비누와 화장품 등 정말 다양한 물건이 판매된다. 그야말로 시골 마을의 귀여운 장터인 파머스 파켓에는 소소한 볼거리와 재미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파머스 마켓을 기다리곤 한다.


(구경하다보면 은근히 이것저것 사게되는 개미지옥 같은 곳..)


“뭘 사먹어야 잘 사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1학년 때 파머스 마켓을 처음 접한 나는 어떤 것을 파는지 어떤 것을 사먹어야 할지 잘 몰라 멕시칸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부스와 주문 즉시 크레페를 만들어주는 부스 등 간단한 요기거리를 파는 부스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다양한 잼과 칠리 소스를 시식해 볼 수 있는 부스에서 크래커를 잔뜩 집어 들고 자두잼, 살구잼, 이름 모를 초록색 젤리와 다양한 칠리 소스를 섭렵하며 뭘 먹을지 고민하던 차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한 부스만 줄이 굉장히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재빨리 그 부스로 가서 마침 줄을 서있던 같은 수업을 듣던 2학년 선배에게 도대체 이 부스는 뭐를 파는 곳인지 물었다. 선배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잘 모르는구나? 파머스 마켓이 열렸다 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게 바로 이 부스에서 판매하는 케틀콘이랑 레모네이드야.”


(그렇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맛집 탐방이 취미인 나는 다트머스 파머스 마켓의 명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재빨리 기다란 줄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줄이 길어 까마득했는데 줄이 점점 줄어들면서 부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빨간 천막 아래는 커다란 스테인레스 솥이 있었고 케틀콘 아저씨가 큰 주걱으로 솥 안을 휘휘 젓고 계셨다. 아마도 그 안에 팝콘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솥을 열심히 저으시던 아저씨는 이내 옆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플라스틱 통을 들더니 솥 안에 한번 챱! 두번 챱! 하고 터프하게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투하하셨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주걱을 들고 팝콘을 휘휘 저으셨다.


“케틀콘 작은 사이즈 하나랑 레모네이드 한 잔이요.” 드디어 내 차례가 오자,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솥 안의 팝콘을 떠 부풀려진 비닐 봉지 안에 한 주걱, 두 주걱 차곡차곡 채워 넣으시곤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얼음과 함께 담아 건네주셨다. 드디어 팝콘과 레모네이드를 받아든 나는 괜히 마음이 설렜다.


‘이야~ 그니까 이게 다들 먹는 그 케틀콘이라는 거지? 나도 먹어보는구나!’

설레는 맘으로 케틀콘을 한움큼 집어 들어 먹었는데, 과연 살짝 녹은 설탕이 씌워진 바삭한 식감에 짭짤한 뒷맛까지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여기에 레모네이드도 한입 마시니, 왜 레모네이드를 같이 파시는지 알겠다 싶을 정도로 그 상큼하고 개운한 맛이 케틀콘과 잘 맞았다. 그렇게 케틀콘 한 웅큼, 레모네이드 한 모금씩 계속 먹고 마시던 나는 어느새 봉지의 반을 먹은 스스로를 발견했다. 어찌나 물리지 않고 계속 손이 가는지 이러다간 저녁도 못 먹겠다 싶은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살찔 걱정만 없으면 한 봉지를 거뜬히 다 먹는 건데’

나는 초인적인 자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봉지를 봉인했다. 실제로 다트머스에는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파머스 마켓을 기다리기 힘들다며 아예 가장 큰 봉지를 사두고 다음 장이 서기까지 일주일 내내 아껴 먹는 학생들도 많았다.


도시에서 학교에 다녔다면 절대 경험하기 힘들었을 뉴잉글랜드 시골의 파머스 마켓. 파는 제품이 남달라서라기 보다는 비어있던 잔디밭에 하나 둘 부스들이 설치되고 사람이 북적이던 모습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는다. 방과 후 분식집에서 군것질을 하던 초등학생 시절처럼, 평소에 먹지 못하던 팝콘이나 크레페 같은 군것질 거리를 잔뜩 입에 물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 수 있던 파머스 마켓은 언제나 바쁜 다트머스 학생들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파머스 마켓에서 케틀콘을 사먹으며 캠퍼스를 걷던 어느 봄날의 해리와 송희)


Written by Hye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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