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인생 2막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지금은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집에 없다.
남편과 나 둘이서만 있어본 적이 언제던가... 그렇다고 신혼처럼 지낼 나이는 아니고, 지금은 전우애로 사는 중년이다 보니 '편안'한 일상을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빈둥지증후군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기에(나는 충분히 그럴만한 요지가 있는 사람이라서) 조금씩 시작하고 있었던 일이 있었는데 그건 여행가이드였다.
우연히 가이드와 통역일을 하는 지인이 시간이 안 맞아 맡았던 가이드일을 내게 넘겨주면서부터 시작을 하게 되었다.
워낙에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뭔가 알려주고 도와주는 걸 좋아했던 터라 가이드일은 내게 잘 맞았다. 주로 독일어권나라들을 위주로 가이드를 다니다가 지금은 여행앱에 우리 동네 가이드로 등록을 해서 가끔 시내투어를 나간다. 우리는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도시라서
투어예약이 아직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덕분에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있는 시간들이 주어지게 되었다.
뮌헨의 아는 가이드분이 잘하는 말 중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가이드분과 투어를 하고 나서 다른 나라나 도시에 갔을 때마다 나도 가이드투어를 신청하게 되었다. 그래서 알고 보는 것이랑 모르고 보는 것이 아주 많이 다르다 걸 알게 되었다.
가령, 독일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바닥에 금빛돌이 박혀 있는 걸 보게 된다. 사람의 이름과 연도가 쓰여있는 돌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학살 때 끌려간 유대인들을 기리며 이곳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살았다. 는 기록이었다. 알고 나서 보니 그 후로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궁금한 것들을 찾아내고 투어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드리기 위해공부하는 요즘이 참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하기 싫었을 테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은 진도가 빠른 법이다. 그래서 지금은 보지 않아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이 되었다.
역사는 내게 참 재미있는 분야다. 학창 시절에도 국사시간을 기다렸고 유적지나 유물을 볼 때면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인지 독일의 역사도 역사적인 인물들과 가문의 이야기도 어느 하나 흘러 보내는 법이 없이 새겨진다.
누군가 독일은 볼 것이 성과 교회밖에 없다고 말을 한다. 비교적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성과 교회에는 어디에나 역사와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각 성과 교회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걸 말해줬을때 재밌어하는 고객(?)분들을 보면 보람이 있다. 그리고 내가 독일에 살면서 좋았던 쇼핑템들을 알려주고 즐겁게 쇼핑해서 가시는 걸 보면 또 기분이 좋다. 나의 넓은 오지랖의 성격이 빛을 발하는 직업인 것 같다.
중년은 참 쉽지 않은 시기다. 독일어로 갱년기를 Wecheljahre라고 하듯이 '변화의 해'다.
나는 폐경이 오고 6개월 만에 몸이 16킬로가 불었다. 가이드를 할 때면 하루에 2만보를 넘게 걷는데도 1킬로로 줄지 않는다. 정말 쉽지 않다.
몸에 큰 병은 없으나 여기저기 노화로 인한 변화들이 정말 많다.
비문증이 있고 이명이 있으며 장활동도 변화가 있고 잇몸과 치아도 예전과 다르다.
몸의 이상증세로 병원에 가면 특별한 병명은 나오지 않고 가장 근접한 접근이 '노화'라고 한다.
그런 나이인 것이다 중년이라 함은.
그렇지만 어차피 나이는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하지 않고 부딪히며 오늘을 살아간다.
피부시술이나 염색을 요하는 직업은 아니니, 되도록 정직하게 나이를 맞고 싶다. 다만 건강은 지켜야 하니 싫어하는 운동은 조금씩 해나가려고 한다. 어느 의사가 말한 것처럼 건강한 식습관과 활동은 내가 내 집 침대에서 죽느냐 아니냐를 결정한다고 하니 나는 되도록 건강하게 살다가 그저 늙은 이유로 내 집에서 죽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물론 사람이 자기 맘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작하는 발걸음을 뗀다면 일단 반은 간 거나 마찬가지!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지만 나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적절히 조절하며 남은 인생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살고 싶은 바람으로 오늘도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오늘도 마무리할 것이다. 이렇게 '하루'만 살아간다면 몇 년 혹은 몇십 년도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