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국인이어서 참 좋다

요즘은 살만한 시절이다.

by 융이라고 불립니다

비비고만두가 집앞 수퍼인 레베에 나왔다. 그러고 보니 불닭과 신라면 말고도 몇몇 제품들이 눈에 띄였다.

갑자기 한국음식을 먹고 싶을 때 마음만 가득한 날들도 있었는데...이제는 슈퍼에 와서 사면 된다니.격세지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볼 일이 있어서 다녀오던 날, 와이마트라는 곳에서 김밥과 컵라면(전자레인지와 뜨거운 물이 있다)으로 점심을 먹었다. 프랑크푸르트에 다소 많은 한식당을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했고, 먹는 장소는 협소하지만 그래도 스파게티보다 김밥을 더 먹고 싶으니까.

이 와이마트에는 한국식 빵(단팥빵 밤식빵 등등과 케이크도)과 떡도 있고 김밥 잡채 치킨 도시락등도 만들어서 판다. 먹는 장소가 협소한 게 조금 아쉽다.

이날. 내가 김밥과 컵라면을 먹는 동안 옆에 4명의 사람들이 라면과 떡볶이를 조리해서 가지고 나갔는데 모두 외국인이었다. 조잘거리면서 나보다도 능숙하게 뜨거운 물을 착착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려 가지고 나가는 걸 보니 한두 번 먹은 폼이 아니었다. 마치 한국의 편의점에서 학생들이 편의점 음식을 순식간에 해 먹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국인이, 독일에서 한국 라면과 떡볶이를 말이다.

그리고 중앙역으로 가는 길, 만원인 지하철 어딘가에서 큰소리의 한국말이 들렸다. 중고등학생의 무리(물론 외국인)가 이지코리안(?)이라는 앱인지 프로그램인지는 크게 틀어놓고 한국말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이리로 오세요!"

너무 신기해서 하마터면 비디오를 찍을 뻔했다.

무리들끼리 조금은 시끄럽게 깔깔거리며 큰소리로 떠들었지만(조용한 독일 지하철에서) 신기하고 반갑고 그랬다.

며칠전 유학을 오고 싶어하는 지인의 아들의 문의가 있어서 우리동네의 공대 국제입학상담실을 찾았다. 상담중에 옆에서 도와주는 조교가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니 담당자가 우리나라의 수능의 필수 과목에 대해 물어보는차에 그 조교가 거들어 줬다.

"in Korea 고등학교... 수능..." 엥? 고등학교와 수능을 우리말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정확한 발음으로 말이다. 상담이 많아 왜 그렇게 발음이 좋은지에 대한 사담을 나눠보지 못했지만, 요즘은 그렇다 어디서든 내가 말을 하면 옆테이블에서도 귀를 기울여 듣는 사람도 있고, 기차 옆 자리에 앉아있다가 내리면서 안녕히가세요!한마디 툭 내던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내가 한국사람인지 내가 하는 말이 한국말인 지를 아는거다. 신기하다.

요즘, 한국사람의 독일에서의 입지(단지 한국 사람이라는 것에서)가 독일에서의 25년중 가장 좋은 시절인것 같다.

keyword
이전 09화10년 만에 전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