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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이라고 불립니다 Mar 06. 2022

계란말이, 맛있지 맛있어.

한국 반찬이라면 뭐든지 잘 나가는 우리 국제학교

"융, 우리 반에 새로운 한국 아이가 왔어.

 그런데 아직 나랑 말은 하나도 안 통해"

점심시간, Mi가 아이들을 인솔해서 들어오면서 말을 건넨다.

처음 온 아이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는 말을 잘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아직 낯선 탓일 거다.

이거 먹을래? 끄덕

이거는? 도리도리


국제학교이기 때문에, 우리 학교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있기에 한국 아이들도 꽤 있는 편이다.

점심을 주고받으며  우리끼리는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게 뭐예요?" " 응, 이건 독일 전통음식 중 하나인데..." 하면서 질문과 설명을 한국말로 시원하게 나눈다.

동료인 Ev도 체코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체코 말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영어, 독일어, 때로는 스페인어등으로 재잘거리는 아이들... 국제학교다운 풍경이다.  


오늘은 날씨가 꿀꿀하다.

전형적인 독일의 겨울 날씨다.

그렇다고 해도 낮 12시가 오후 5시는 된 것 같은 어두운 하늘...

20년을 넘게 살아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쨌든, 지금은 점심시간, 오늘도 맛있게 먹어보자!


일주일 동안, Ev가 병가로 출근을 하지 못 했었다.

본사에서 인원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본사에 코로나가 돌아서 사람이 없단다.

혼자서 일하는 나를 배려해, 본사에서는 일주일 동안 '런치 봉지'를 나눠주라고 했다.

빵에 햄이나 치즈를 넣어 포장만 하고, 간식 거리등을 봉지에 같이 넣으면 되는 일이었다.

학교에도 학부모들에게 그렇게 공문이 갔다.

리고 첫날, 그렇게 점심이 나가고 나도 그렇게 점심을 먹었다.

내가,

못 먹겠다.........


빵 사이에 치즈나 햄을 넣어서 랩으로 싼 빵 하나.

에너지바, 과일, 요구르트, 초콜릿...

이렇게 담긴 걸, 점심으로,  일주일 동안 똑? ? 이?

어떻게 그렇게 먹지? 하고 생각을 하는데,

역시나 아이들 중 빵은 펴보지도 않고 버리거나

자기가 먹고 싶은 맛이 아닌 요구르트도 그냥 통째로 버리거나... 해서 쓰레기통이 넘쳤다.

아냐 아냐, 이건 아니다. 내가 멀쩡한데, 왜...

그래서 굳이, 또,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말았다.

본사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꼭 이렇게 해야 돼?

그냥 스파게티랑 피자랑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하면 안 돼?"

"어, 어? 네가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돼"

그렇게, 일주일 동안 어떻게든 매일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혼자서 점심시간을 채웠다.

코로나가 제법 유행을 하던 때였던 터라, 아이들도 격리 등으로 3분의 1 정도가 결석을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다소 적은 인원이었기에 혼자서 일하는 게 가능했다.

다시 잘 먹는 아이들을 보니, 힘든 것도 몰랐다.

맛있게 먹지 못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게 더 힘들기에... 이번에도 나는 몸이 힘든 걸 택했고,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Ev가 다시 출근을 하고, 나는 다시 신나게 벼르던 일들을 벌였다.

오늘의 한식반찬은?

계란말이다.

두툼하게 부쳤으나, 얇게 썰 수밖에 없었던 건?

물론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다. 개수로 나가자니, 얇게 썰 수밖에 없었던...

아직도 양을 과소평가하고, 넉넉하게 한다고 해도 늘 모자라게 하는 나의 작은 손(?)을  나무라며...

정신없이 계란말이를 부쳐낸다.

처음에는 두 조각씩만 주었다. 그리고 더 먹고 싶으면 다시 오라고 했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호기심에 달라고 했다가 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더 먹겠다고 빈 그릇을 다시 가져온 아이들은,

한국 아이들이 아니다.

밥과 계란말이 혹은, 볶음밥과 계란말이만 더 달란다.

늘 말하지만, 우리는  하루 최소 6가지 이상의 메뉴가 있다.

그중 오늘의 인기 메뉴는 단연, 계란말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아이도 있었다.

한국식으로 하는 반찬은 언제나 인기였긴 했지만,

늘 뿌듯하다.





에필로그)ㅡ 이름은, 가명으로 써봅니다^^,

식권 칩을 가져오지 않거나, 부모가 연장을 하지 않으면 그날은 아이들이 노트에 이름을 수기로 써야 한다.

새로 온 한국 아이는 아직 칩이 등록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이름을 써주었는데,  모르는 선생님이 점심 담당일 때는 이름을 쓰지 않은 때가 있어서 아이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준호야, 원래는 칩을 여기에 띡! 해야 되는데, 없을 때는 여기에 이름을 써야 돼. 준호, 이름 쓸 줄 알아?"

하고 물으니,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여기에 이름을 써~"하고 펜을 주었더니,

아이는 천천히 이름을 쓴다.

'김 준 호'

앗,,, 한글......

아, Mi가 말했다. 아직 언어가 안 된다고 했었지.

진지하게 자신 있게 한글로 이름을 쓰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나중에 리스트를 정리하는 Ev가 고개를 갸우뚱하길래,

이 이야기를 해주니, Ev도 "아, 너무 귀여워"하면서 한참을 웃었다. 이런 글자가 나오면 정리할 때 알아서 쓰라고 했더니, 알겠다며 또 한참을 웃는다.

아, 너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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