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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Oct 05. 2021

이직 없이 10년 존버의 워킹맘

워킹맘 다이어리

오늘은 선명하게 기억되는 꿈을 꿨다. 식당에서 현금이 든 지갑이 있는 가방을 잃어버렸다. 가방은 찾지 못했고 가까스로 현금이 든 지갑을 낯선 외국인 무리로부터 찾아냈다. 말도 안 되는 영어로 언성을 높여 무리에게 외쳤다. "내 지갑이다. 내 돈이다." 지갑 안에는 천 원짜리 21만 원이 수북하게 담겨있었다. 아이들의 학원비라고. 찾아서 다행이라고. 계속 언성 같은 혼잣말 외쳤다. 눈을 뜨고 생각해보니 무의식도 영락없는 학부모구나 싶었다.


나는 꿈을 꾸고 나면 인터넷으로 꿈 해석을 찾는 습관이 있다. 그렇게 하루의 길흉을 점친다. 가방을 잃어버리는 것은 흉몽이고, 지갑을 되찾는 꿈은 길몽이라고 했다. 그렇게 기분이 좋지도 싫지도 않은 잠에서 깨고 출근 준비를 한다. 사실 요즘 매일 같이 잠을 깊게 자지 못 한다. 새벽 중간중간 깨서 대출규제, 청약을 키워드로 두고 검색하다가 뻐근한 손목과 가려운 눈으로 얕은 잠에 들고 깨고를 반복한다.


돈과 .  음절로   개의 단어. 그게 요즘  우환이다. 일과 글.  개의 단어로 애써 나를 정화하려 하지만, , , , .  어느  하나 내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것은 없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난리라는 오징어 게임을 뒤늦게 본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황인호의 고시원에서 발견 한 라깡의 욕망 이론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였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라깡의 욕망 이론은 우리가 좇고 있는 것들이 결국 타인의 욕망이라는 이론이다. 돈, 집, 일, 글. 전부 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것은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재계약 시점 3개월 전에 사주를 보러 갔었는데, 재계약은 할 수 있지만 승진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아저씨, 승진은 기대도 안 했거든요? 속으로 생각하다가 아, 정말로 기대를 하지 않았던가. 괜히 멋쩍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 그래도 그냥 일 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그렇게 마음을 추슬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머리를 스친다.



2년의 짧은 인턴 기간을 제외하고, 나는 10년째 한 직장에서 일해온 출근 봇이다. 이 회사에 입사를 할 땐 나 혼자만 먹여 살리면 됐지만, 지금은 뱃속 태아까지 포함해 부양가족 3명이다. 10년 동안의 나를 돌이켜보면, 커리어보다는 소속감, 소속된 곳에서의 유능감을 추구했다. 지금도 여전히 소속감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다.


독서지도사 자격증 수강. 오늘은 그걸 신청했다. 아이 독서지도도 할 겸, 여러 기관에서 일할 자격들이 생겨 보험처럼 공부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늘도 불안감을 덜어내기 위해 남의 욕망을 욕망한다. 남들이 깨어있을 때 잠들 것 같이 졸리고, 남들이 잠들어있을 때 깨어있으면서. 내 불안은 타인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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