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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영 Nov 07. 2022

참사

워킹맘 다이어리

출근하는 아침 길 위를 걸으면서도, 젊은 사람들 얼굴을 마주할 때도 매번 믿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뉴스를 보면, sns를 열면 원치 않는데도 누가 찍은 건지 알 수 없는 영상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 영상 속에는 생존자와 사망자가 얽혀 쓰러져 있었다. 얼떨결에 보았던 시체 얼굴들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죽을 줄 모르고 찍은 영상도, 죽은 걸 알면서도 찍어 올리기도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의 의중은 알 수 없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서 어제 일처럼 뜨겁게 살아있었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퍼지길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내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콘텐츠화된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어떤 의미를 생산해내고 그것이 또 무언가를 재생산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찾아온 가장 끔찍한 저주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인생에 애도와 장례 필요하듯, 말에게도 물건에게도 콘텐츠에게도 애도와 장례라는 게 필요하다. 


콘텐츠는 의미를 가질지언정, 인간의 삶에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의미 없는 편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 더 아름답다. 소통이 아름답다는 기계적인 공식이 어떤 날은 어디서 불어왔는지 모르는 세찬 바람처럼 소름 끼치고 끔찍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냥 하루하루 내게 찾아온 내 삶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내가 좋아했던 것들로 채우고 채워나가고. 그걸로 됐다고. 운 좋게 살아남아 이렇게 두 발로 출근하는 아침 길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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