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배뚱뚱이
안녕하세요 배뚱뚱이입니다. 2024년 새해 첫 콘텐츠로 인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상건강 편집팀에서 요청받은 주제를 보니 다소 무겁게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겨울이 되면 상갓집에 자주 가는 기분이 드는데 진짜인지? 진짜라면 왜 그런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 속설은 어느 정도 맞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사망자 수가 증가합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경험적으로 ‘갑자기 추워지는 날에는 응급실에 뇌혈관 응급환자가 많다’라는 것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통계 자료로 확인해 봐야겠죠? 이런 것을 가장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은 우리나라 통계청의 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KOSIS.KR 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월별 사망자 수를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위의 수치는 2017년, 코로나 이전의 월별 사망자 수를 정리한 표입니다. 6,7,8,9월은 월별 사망자수가 23,000명 이하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1월과 12월은 모두 25,000명이 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과 환절기인 3월도 그 수치가 적지 않습니다. 2월은 22,884명인데, 2월은 28일밖에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전을 콕 집어서 찾아 올린 이유가 뭘까요? 코로나 시기에는 사망자수가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었습니다.
2022년 3월에 코로나가 급격히 유행을 하던 시기에, 평소에 2배에 가까운 4만 명 이상이 사망한 월도 존재했습니다. 생각보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그 기온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감기를 포함하여)의 유무가 월별 사망자 수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추위는 사실 여러모로 건강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겨울 사망률 증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북반구 국가에서는 12월~2월 사망률이 더 높습니다. 이런 추세는 위도가 높은 (더 북쪽에 있는 추운) 나라들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최면처럼 뇌에 박힌 ‘사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 우리나라’는 사실 혹독한 연교차 (가장 더운 시기와 가장 추운 시기)가 40도 이상 나타나는 혹독한 환경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면 병이 많이 생기거든요.
추위가 우리 몸에 가져오는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우리 몸 대부분의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심박동 수를 증가시킵니다. 짧아진 일조시간과 추운 날씨로 인해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 또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 몸의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감기, 폐렴 등이 가장 많이 생기는 시기도 바로 이때입니다.
# 겨울철 급사(急死)에 제일 무서운 것은 심뇌혈관 질환
평소에 동맥경화증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던 분들의 경우 뇌혈관이 가장 많이 터지거나 (뇌동맥류 파열, 뇌출혈) 막히는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심근경색) 시기가 바로 이 시기, 특히 갑자기 추워지는 날 아침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추워지는 날 아침, 요즘은 한파주의보 한파경보라고 친절히 기상청에서 알려주는 날 아침은 제발 새벽 운동을 건너뛰라고 조언을 드립니다. 특히 이렇게 추운 날씨는 40대만 넘어도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65세 이상의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이런 뇌혈관 질환에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노인분들의 경우 잠을 유지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져 새벽에 일찍 일어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인분들은 더더욱 새벽 운동을 선호하십니다. (아마도 새벽 이른 시간에 수영이나 헬스장을 가보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잠깐이지만 아침시간에 추운 야외에 나가서 갑작스럽게 찬바람을 쐬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아침, 해뜨기 직전은 하루 중 가장 건조하고 가장 추운 시간입니다. 반려동물 산책도 가능하면 피해 주세요. 그리고 새벽 등산은 제일 위험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부모님들이 만약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제발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늘 힘들었는데 추우면 더 힘들어지는 당뇨
직접적인 추위로 인한 사망은 아니지만, 추운 날씨는 당뇨 환자에게는 더한 고통을 안겨줍니다. 당뇨가 없는 보통 사람들도 건조한 겨울에는 손발 끝이 건조해지고 심한 경우 갈라지거나 피가 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처가 당뇨 환자들에게는 당뇨발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또, 추위는 말초혈관을 과하게 수축하도록 만들어 당뇨성 말초신경병증도 악화됩니다. 한번 겨울을 잘못 보내면 건강이 크게 나빠질 수 있는 것이죠.
# 입원으로 쉽게 이어지는 감염질환
환절기(換節期)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계절이 바뀌는 시기, 특히 겨울에 들어가는 시기와 겨울이 끝나는 시기는 유행성 독감과 감기가 흔하게 발생합니다. 추운 날씨는 정상적인 면역 기능을 낮춥니다. 춥고 건조한 날씨는 이런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잘 우리 몸에 더 쉽게 자리를 잡게 만들죠. 노인 분들의 경우 한번 이런 병을 겪고, 입원을 하고 나면, 호적상의 나이와 무관하게 몰라보게 늙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크게 앓고 나면 확실히 노화가 빠르게 옵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감기에 걸리더라도 심하게 진행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매년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 급격한 노화의 원인이 되는 낙상
‘길이 미끄러울 때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시고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아마 일기예보나 공익광고에서 많이 들어보신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겨울철은 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많습니다. 사실 머리가 바닥에 먼저 부딪혀서 발생하는 외상성 뇌출혈이 아니라면, 급격한 사망과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낙상 사고, 정확히는 골반/대퇴골의 골절이 생기면 노인층에서는 매우 급격한 노화를 겪게 됩니다. 이 두 뼈 (골반, 대퇴골)는 골절이나 금이 가면 뼈가 붙을 때까지 걷지 못합니다. 부위에 따라서 휠체어에 앉는 것도 어려워서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골절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큰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누워서 지내게 되면 그동안 나이가 들며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근육이 엄청나게 위축됩니다. 아주 젊은 사람들도 다시 걷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재활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뼈가 잘 붙지 않아 2달 넘게 누워있는 노인은 한번 위축된 근육이 다시 이전 크기로 돌아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점차 활동성이 떨어지고 집에서만 지내게 되면서 노화가 급격히 오게 됩니다. 낙상은 가능한 한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적어도 손 등을 짚어서 손상의 정도를 줄일 수 있도록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다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겨울을 슬기롭게 이겨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
추운 날씨는 기본적으로 생명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한 달 사망자 수가 3만 명을 넘었던 달이 바로 2018년 1월입니다. 그리고 2018년 1월은 최저기온이 영하 12도를 밑돈 날이 7일로 2010년 이후 가장 추운 한 달이었다고 합니다. 아주 추운 날은 바깥 활동을 줄이고 낙상에 주의하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왕도입니다. 올 겨울은 한파도 한파지만 수도권 기준으로 눈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낙상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