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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백반 Sep 20. 2024

하고 싶은데 무서워...

어느 자가 면역 질환자의 투병기

연휴 동안 컨디션이 바닥을 찍고 호전되었다.

사랑의 힘은 대단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쩌면 참말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오롯이 나를 위해주었고, 

덕분에 연휴의 끝자락에는 아주 조금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몸이 회복으로 전환하자 기분도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쓰자 나는 또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의 컨디션, 마음의 컨디션 두 개가 이렇게 연관이 있는 건지를 경험을 통해 또 배우게 되었다.


오전에는 일정이 있어서 바쁘게 머리를 감고 말리고 단장을 했다.

거울을 보니 전에 빠졌다가 났던 영역의 머리가 빠져있었다.

아무리 그래봐라. 내가 좌절하나 라는 심정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밥을 먹던 남편이 나를 보고 울어주었다.

나는 몸의 컨디션이 짱짱해서 그런 남편을 위로해줄 수 있었다.


남편도 지금 화끈한 컨디션의 몸을 갖지 못한다.

그 역시 후두 신경통으로 1년 넘게 만성 통증을 갖고 그것을 조절하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폼롤러를 사용하고 명상을 하고 필라테스를 하며 

순간을 버티고 있다.

그런 그가 나를 보며 울어주었을 때의 장면은 앞으로 내 기억에 각인될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행동이 되어 보여주는 순간이구나로 말이다.


오전에는 아이 학교에서 주최하는 강연에 다녀왔다.

강사님께서 알려주신 민들레는 민들레라는 동화책이 너무 좋았다.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였는데 특별할 것 없는 몇 문장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터져 나왔다는 표현이 옳았다.


좋아하는 이들에게 좋아하게 된 책의 정보를 나눴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공유해 주었다.

정체성에 대한 그림책이 몇 권이 모아졌다.

와, 이런 주제별 그림책을 모아서 필요한 독자에게 몇 개의 코스로 함께 읽고

소감을 나누고 쓰는 활동을 기획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독자를 선정하고 8주의 코스로 책을 선정하고, 소감을 나눌 때의 질문을 결정하고,

글을 에세이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각 주차별로 어떤 단어를 만들어볼까?

순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사정없이 커져갔다.


머리를 긁적이다 맨들 거리는 내 두피를 자각하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데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 학습된 마음이 서글퍼졌다.


이렇게 자꾸 나이만 먹는 거 아닐까?

하고 싶은 걸 참는 건 당연해지고,

그게 당연해진 나는 이젠 무엇하나 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두려움의 실체는 허상이라는 말을 한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을 내가 상상하고

그 상상으로 나는 이미 그 상황에 빠져버려 좌절해 버린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럴 때 마음이 힘을 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지인들에게 한 책 읽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 정도는 별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뭐라도 하고 싶다면 진짜 뭐라도 할 수 있는 걸 해서 나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택해 보았다. 

나는 아직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한약을 먹고 내 몸이 좋아지도록 만들어 지금의 질병을 이기기로 한 나는

작년과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작년에는 양약으로 현상을 드라마틱하게 조절했을 것이며,

머리가 몽땅 빠지긴 했지만 머리가 나는 희망과 함께 했기 때문에

마음이 그나마 덜 힘듦을 겪었다.

올해의 나는 머리가 몽땅 빠지고 있지만 머리가 나는 희망을 만나는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그 막막함이 두려움이 되어

하고 싶은 마음을 흔들어낼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쥐어짜듯 찾아 해 본다.


먹히지 않을 것이다. 

내 감정의 두려움에.

내 인생은 오늘하루도 너무 소중하니까,

아프다는 이면에 숨어 오늘 하루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배우고,

나누면서,

나의 오늘을 살아보리라 다짐한다. 

오늘도 소중한 내 것이니.

나의 행복을 나는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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