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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희 Feb 17. 2022

혹시 의사세요? 1편

-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일을  해요?

엘리베이터에 올라 주머니에 있는 열쇠 꾸러미 중 마스터키로 잠금을 해체한 후 11층을 누른다. 눌러지지 않는 층수를 누르고 가는 나를 보며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백발의 환자가 궁금한 듯 입을 연다.   

  

“거기는 뭐하는 곳이여?”

“정신과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보호병동이에요.”

“정신과?”     


 나는 매일 아침 11층으로 출근한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소리를 내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문이 열리면 또 다른 철문이 굳게 잠겨있다. 절대 뚫을 수 없는 철문을 열쇠 꾸러미 중 다른 열쇠를 골라 열쇠 구멍에 넣고 돌리면 철컥- 문이 열린다. 이 문을 경계로 그들이 살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혹은 뉴스에서 정신질환자라고 불리며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들로 들어보긴 했으나 실체는 본 적 없는, 혹은 나와는 상관없고, 엮일 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관심 밖의 사람들. 철문이 굳게 닫힌 이곳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사람들이 본적은 드문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는 아무도 없는 허공에 누가 있는 듯 중얼거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걷는다. 누군가는 매일 내가 열고 들어오는 문 앞에 항상 서있다. 또 누군가는 뚜-뚜-뚜-뚜 신호음만 반복되는 공중전화기를 붙잡고 중얼중얼 주저리를 하고 있다.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머릿속에 물음표가 한가득한 이 장면들이 이제는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그들의 모습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누가 왔나 궁금해하는 많은 시선들이 나에게 쏠린다. 그들에게도 익숙한 내가 보이자 시선을 거두고 다들 각자 했던 일? 들에 집중한다.      

 환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곧장 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간호사들이 근무를 하며 바깥 환자들을 볼 수 있도록 유리는 아닌 투명한 창으로 되어있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 벽면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화이트보드와 차트를 보며 오늘의 입퇴원 현황과 환자들의 상황에 대해 살핀다. 오늘은 신환(신규 환자)이 2명이고, 퇴원환자가 2명이니 줄지도 늘지도 않은 쌤쌤이다.     


“아침체조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마스크 착용하고 체조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안내방송을 한다. 방송이 나오자 각자 하던 일? 들을 멈추고 체조 준비를 한다. 우리의 아침은 국민체조로 시작한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을 같은 국민체조를 한다. 다른 체조도 해봤지만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국민체조다. 그래서 국민체조가 아닐까 싶다. 체조를 마치고 환자들에게 인사를 한 후 병동을 나가려는 나를 붙잡는 손에 돌아보니 낯선 얼굴이 나에게 묻는다.     


“혹시 의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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