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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17. 2023

인구의 90%가 ADHD인 세상은?

결코 달콤하지 않은 비주류의 생활

“동글아, 왜 교실에서 목석처럼 가만히 있니? 일어나서 돌아다녀야지.”
“육각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는 거니? 5분 동안 말도 안 하고.”

"와 역시 우리 세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탐구하는 자세가 미래의 인재가 될 상인 걸?"
"얘들아, 뭐 하는 거야? 우리 10분이나 앉아 있었어. 얼른 운동장에 나가야 해! 가자!"

"동글이 엄마, 동글이 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너무 얌전히 있고 말도 적게 하고, 행동 하나하나 보면 즉흥적으로 하는 법이 없잖아. 병원 가서 검사 한번 받아봐. “

”육각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육각이 담임입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1시간 동안 앉아서 친구가 불러도 방해되지 않는지 책만 열심히 보더라고요. 한 가지만 오랫동안 몰입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라서요... 친구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걱정이 많이 돼요. 상담 한번 받아보세요. “


  ADHD 진단율은 대략 10%라고 한다. 교실에서 만나는 30명의 아이들 중 3명은 ADHD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세모의 ADHD 진단 후에 우리 가족은 90%의 평범한 아이라는 주류 집단에서 밀려났다. 10%의 비주류 집단에 가입되어 우리가 주류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숨어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모두에게 아이의 진단 내용을 아주 책임감 있게 꽁꽁 숨기며 살고 있다. 난 그동안 평범한 가정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교사가 되어 비주류보다는 주류에 가깝게 살아왔다. 비주류가 되기 싫어 비혼이라던지 딩크라던지(2010년도에는 확실히 결혼은 필수적이었던 분위기였다.) 이런 것들은 선택지에도 없었기에 우리 세모와 네모를 낳고 나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에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런데 세모가 ADHD 진단을 받고 우리는 어느새 10%에 속하는 아이를 낳은 부모가 되었다. 이런 소수의 집단에 들어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이의 학습을 말하자면, 집중시간도 짧고, 한 가지에 꽂혀버리는 경우가 많아 A라는 과업에서 B라는 과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 바로 전환되지 못해 처리속도가 늦다는 이유로 계속 이름을 불리며 꾸중을 듣곤 한다.


친구라도 초대할 때엔 친구가 하는 말을 단 하나도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한다던지 하여 친구는 단번에 세모의 특이함(weirdness)을 알아채 두 번째 초대는 없겠구나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러니 긴 시간 집중해야 하는 학원도 보낼 수 없고, 돌봄 교실을 보내면 친구와 트러블이 잦아져 전화가 오고 ...워킹맘인 나에겐 이 아이를 맡길 곳조차 없으니 항상 고민의 연속이었다.


왜!

ADHD 아이들을 위한 교육 장소는 없는 것인가?!

왜!

우리 아이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인 90%의 아이들의 색깔에 맞춰야 하는가?!


그래서 상상해보았다.


만약, 인구의 90%가 ADHD를 갖고 있다면?

이 아이들이 주류인 사회라면?


세모는 아침에 기분 좋게 푹 자고 일어나 아무 시간에 등교를 하겠지. 한 시간 동안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원하는 시간에 나가 아주 신나게 달려버리겠지. 신호등은 ADHD 아이들을 위해 센서가 장착되어 아이들이 오기 전에 미리 차량 신호등에 빨간불을 켜줄걸. 아이들이 씬나서 학교를 우당탕탕 들어가면 자기가 생각한 머릿속의 이야기들을 마구마구 서로에게 털어놓겠지. 그러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선생님과 그 놀이를 당장 시작하는 거야. 그러다 뭔가 발명하게 되면 그 기발한 것들이 우리의 생활을 한껏 풍요롭고 재밌어지게 하겠지.

10%의 아이들은 ADHD가 ‘아니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겠지. 주류에 맞춰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우리 아이가 ADHD가 ‘아닐까 봐’ 온갖 걱정을 하며 잠 못 이루려나?


10%의 소수로 산다는 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
90%의 평범한(?) 다수를 위해
그 90%에 속하기 위해
우리는 약물의 도움까지 받으며
아이의 찬란한 색을 숨기지요.

하지만,
10%인 우리  비주류 아이들도
그 자체로 영롱히 빛나야 합니다.
부모로서,
주류로서의 삶이 아닌
우리 아이 모습 그대로의 삶을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사진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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