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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Feb 27. 2023

ADHD 아이의 3월을 대비하라

누구의 3월보다 이 아이들의 3월이 더 중요하다.

  ADHD 아이의 엄마로서 이 시기가 되면 너무나도 떨리다 못해 커피 세 잔을 마시며 각성 상태로 잠을 못 자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작년의 오늘은 세모의 초등학교 입학 3일 전이었다. ADHD 진단을 7살 4월에 받고 약까지는 먹이지 말자며, 약물을 시작하지 않고 나와 남편의 온몸과 온 마음으로 아이의 ADHD 기질을 받아주며 버텼다. 입학식 날 전까지 담임 선생님이 부디 활달한 아이를 마음 넓게 품어주는 분이시기를 기도하며 지냈다.


  교사로서도 3월은 긴장의 연속이다. 2월 중순, 새 학기 준비기간에 학교에 갔다. 부장님께서 26명의 아이들이 있는 명렬표 8개를 접어두신 후 우리 3학년 담임들 앞에 펼쳐놓았다.

"자, 고르세요."

내 손에 1년의 운명이 달렸다. 정말 말 그대로 후덜덜덜 하는 마음으로 명렬표 하나를 뽑았다. 그 아이들이 1년 동안 나와 함께 할 아이들인 것이다. 작년에 중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선생님께 아이들 이름을 펼쳐 보여드렸다.

"어떤 아이들이 있나요? 힘든 아이들 표시 좀 해주세요, 선생님."

"엇, 얘랑 얘. 담배 피고 술 마시고. 별표! 엇! 대박! 얘는 수업 시간에 잠만 자요. 별표! 오~ 얘는 엄청 반장감. 최고입니다."

"휴, 감사합니다. 잘해봐야겠네요."

소위 담임교사를 힘들게 하는 아이들은 얼굴도 보기 전에 별표부터 달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걱정 한가득 이었겠지만 우리 아들도 함께 하는 하루가 항상 쉬운 것이 아니기에 학교에서 하루에 몇 시간 정도 보는 아이들은 겁이 나진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세모도 지금 이 시간쯤엔 별표 하나 받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모는 초등학교 1학년 동안에는 짧은 약효 시간인 메디키넷을 복용해 왔다. 이 약은 아이를 축 처지게 했고 수업 시간에 입은 닫게 했을지 몰라도 약효 피크 시간엔 과민함과 우울함으로 오히려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더 독이 되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아이의 약을 콘서타로 변경하였다. 저녁까지 가야 하는 학원도 있었고(세모는 수학에 과몰입을 하는 아이라 수학 학원을 매우 가고 싶어 한다.), 메디키넷의 부작용이 아이의 모든 관계에 독이 되어 콘서타로 변경하였다. 잔잔하게 오래가는 콘서타는 아이에게 아주 잘 적응해 주었고, 이제 세모의 2학년은 어떨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이 시기, 가장 떨고 있을 ADHD의 엄마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1. 3월, 담임선생님께 아이의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하지 말자.

   3월 첫날, 아이는 아마도 담임선생님께 드릴 말씀을 적어야 하는 자기소개서 양식을 들고 올 것이다. 그곳에는 대부분의 학부모는 '1년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너무 밉게 보실까 봐, 아이가 너무 튈까 봐... 등등의 '~할까 봐'라는 걱정으로 과하게 아이의 칭찬을 길게 적는다던지, 또는 과하게 아이의 단점을 구구절절 적어서 미리 죄송하다는 말을 적는다던지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담임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기 쉽다. 굳이 말을 많이 하여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겠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아이들은 스스로 잘하여 스스로 담임 선생님과의 관계를 쌓아 나갈 권리가 있다.


2. 3월,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이다.

  3월부터 찍히면 안 된다는 걱정과 함께 우리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경고 아닌 협박을 날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

  "또 전화 오기만 해 봐 너. 게임기, 휴대폰, 용돈 없을 줄 알아."

  "수업 시간에 집중해야지 딴생각하지 말고!"

이런 말들을 들으면 아이들은 일단 학교는 나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 담임 선생님은 일단 나를 혼만 내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지기 쉽다. 우리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우리 몫이다. 절대 아이들에게 건네줘서는 안 되는 감정이다. 아이들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자.


"세모야, 1학년 때는 선생님께 이런저런 일들로 혼난 날도 많았지? 우리 세모는 그런 일들을 다 겪어내고 더 멋진 2학년이 되었어. 엄마는 네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2학년 새로운 반에 갈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해. 새로운 선생님은 세모를 더 멋진 학생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실 거야. 그러니 세모도 열심히 노력해 보자. 학교에 가고 싶은 날도 있을 거고 가기 힘든 날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힘들 때 그것을 참고 해내는 경험이 분명 세모가 과학자라는 꿈을 이루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줄 거야. 엄마는 세모가 즐겁게 학교 생활 하기를 기도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중학생들에게 이런 오글거리는 말들이 먹힐 것 같냐고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학교 가기 전에 꼭 안아주자. 12월 달에 중3 아이들에게 언제 사랑을 느끼는지 심리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의 테스트 결과는 정말 의외였다. 생각보다 사춘기 아이들은 거의 80 퍼센트 이상이 Physical Touch, 즉 안아주기와 같은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사랑과 애정을 느낀다고 했고 가장 낮은 순위는 물질적인 선물이었다. 용돈과 게임기, 화장품 같은 것으로 사랑을 가장 적게 느끼고 한 번의 뜨거운 허그가 아이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아주자. 아이들은 그 경험으로 하루를 견딜 것이다.


3. 3월 정기 상담을 꼭 신청하자.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중학교 정도가 되면 담임 선생님에게 상담 신청을 잘 안 한다. 알아서 대부분 잘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신청해야 한다. ADHD 아이들 중 약을 먹고 있다면 약 부작용이나 학교에서의 생활을 들으면서 아이의 약효가 학교 생활에 도움을 잘 주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고, 만약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약을 복용해야 할 때가 왔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께서 3월의 3주 동안 아이를 어떻게 파악했겠냐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담임 선생님은 그 나이대 아이들을 하루에 몇 십 명을 만난다. 교사들은 평균값을 안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의 객관적인 이야기는 담임 선생님을 통해서 들어야 한다.


4.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 면역력을 키우자.

   담임 선생님의 입에서 나오는 아이의 단점들을 들을 때면 눈물이 나곤 했다. 나도 교사이지만 내가 내뱉었던, 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했던 말들이 이렇게나 아픈 말들이었나. 부모가 되기 전엔 몰랐다. 내 아이가 당연히 우등생일 것이라고 자만했던 그 벌을 받나 보다 싶었다. 담임 선생님의 마음은 미움의 마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객관적인 상황을 부모님께 알려드려야 한다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물론, ADHD 아이와 하루하루 함께 하면서 나머지 25명의 아이들까지 융화하며 수업을 혼자 진행하는 일이란 쉽지가 않기에 그 어려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도 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한다.


"담임교사는 아이의 1년을 함께 하지만, 우리는 아이와 평생을 함께 한다."


그러니 아이가 담임교사와 1년을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좋지 않은 평가마저도 너무 마음에 담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을 잘 지킨다면 아이는 어떤 평가에도 오롯이 자기 자신일 수 있다. 나는 세모가 담임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학생이길 원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의 평가에 하루가 잠시 불행했더라도 회복하고 일어서는 강단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그러기에 나는 무한한 믿음을 가지려고 한다. 우리들의 마음 면역력을 키워야 그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다. 우리들은 지치고 힘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 가야 한다. ADHD 아이의 엄마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저널이나 뉴스에 비ADHD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보다 우울증 진단율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만큼 힘든 사역을 해내고 있다. 그러니 더 우리의 마음도 잘 챙겨야 한다.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를 건강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5. ADHD라서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ADHD는 아이의 부족함이 아니라 특성, 특징으로 인식해야 한다. 부주의함과 산만함, 충동성이 콜라보로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언제까지고 해 줄 수는 없다. 대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특징들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법들을 도와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세모가 휴대전화를 자꾸 잊어버려서 A에서 B라는 장소로 떠날 때는 꼭 자기 자리를 뒤돌아 보는 연습을 시켰다. 10번으로 안 된다. 100번이면 조금 잘할 수 있다. 500번 연습하면 아마 잘할 것이다. 그리고 세모는 항상 알람이 울리는 시계를 차고 다닌다. 시계의 진동이 울리면 이 시간에 어느 학원으로 출발을 해야 하는지 아이가 자신의 일정을 잊지 않고 잘 수행할 수 있다. 이 역시 한 두 번으로는 잘 안 됨을 알아야 한다. 인내를 갖고 연습시키자. 분명 이 아이들도 잘할 수 있다. 아니, 이제는 비ADHD 친구들보다 더 잘한다.


꽃피는 3월
우리는 모두 아이가 모범 학생이
 되어주길 기대하죠.
하지만,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건강하게 집을 나서서
학교에 가는 그 모습에
뿌듯해하십시오.
그리고 집에 건강히 들어설 때,
누구보다 긴장하며
자신과의 ADHD와
싸웠을 우리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사진 출처- urbanb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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