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Mar 14. 2023

“저는 ADHD가 있습니다.”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를 그리며

세모와 내가 함께 할 인생이 대략 40년 정도라고 한다면...

그중 7년은 세모가 온전히 자신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ADHD 진단을 받고 난 후 지금까지의 고군분투했던 시간 2년...

그리고 나머지 31년은 어떤 시간이 될까?

앞으로의 나날들을 가만히 바라보자면 내가 아이와 보내고 싶은 시간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ADHD'라는 마치 내 인생의 빨간딱지라도 되는 양 아이를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ADHD'를 인정하고 이 현실에 발을 붙이고 힘차게 나아갈 것인가.


난 당연히 후자를 택할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후자를 택해야만 한다.


아이를 품고 낳는 순간,

당연히 잘 자라줄 것이라 생각했던 오만함이 내 첫 번째 잘못이었고, 당연히 우리 아이는 금쪽같은 내 새끼지만 '금쪽이'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섣부른 판단이 내 두 번째 실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가 살아갈 삶은 내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아이가 걸어가는 길이 곧 이 아이의 삶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무지함으로 아이를 나와 분리하는 데 실패했었다.


아직도 "우리 아이는 ADHD가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히 얘기하지 못한다. 교사로서도 ADHD 아이가 받는 편견의 시선이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기에, 부모로 서도 아이를 대변해서 먼저 아웃팅 할 수 없기에 나는 오늘도 입을 닫는다.


미국, 영국의 유명 할리우드 인사들이 '저는 ADHD를 극복하고 ~가 되었습니다.'라며 'ADHD Awareness'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아이가 '저는 ADHD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되려면 할리우드 배우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걸까?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서 놀랐던 점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공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이 중요하고, 우리나라는 타인이 입는 옷을 보고 나도 유행에 합류하고 싶다는 그 마음이 좀 더 큰 것 같다.(물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문화 차이로 느꼈던 부분이다.)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타인을 의식하는 '눈치' 문화도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문화에서는 다수의 것에 합류하는 게 좀 더 안전하고 소수가 가는 길을 선택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비혼과 딩크는 그냥 하는 것이 아니고 '선언'해야 하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무언가 거창한 일을 하자니 우리 세모 하나 건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럼 내일도 할 수 있다. 그럼 올 한 해의 플랜이 되고, 10년의 꿈도 꾸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세모에게 사랑의 표현을 해주고,

매일 우리 반 금쪽이들에게 애정을 담은 눈빛과 친절함을 주겠다.

금쪽이를 키우는 학부모님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드리겠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에게 친절함과 따뜻함을 체감하고 배우길 바란다.

우리 반 아이들이 금쪽이들에게도 편견 없이 개성을 인정받는 경험을 주길 바란다.


언젠가 우리 세모가 사회에 잘 적응하여 멋진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세모가 당당히

"저는 ADHD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그래서 나는 요즘 나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고백한다.


"세모는 ADHD 진단을 받았어. 그렇지만 우리 아이는 이런 장점이 있고, 이런 어려움도 있어. 그래서 너에게 난 지지와 위로를 받고 싶어. 잘 키워내는 데 있어 너의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해. 우리 A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 잘 부탁해."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방치되는 ADHD 아이들을 위해.
언젠가 변화될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동굴에서 조금씩 걸어 나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당당히 온전히 오롯이
자신의 삶의 무대에 서기 위해.





세모와 저의 이야기는 다음 브런치북에서 계속됩니다-

다음 브런치북에서는 세모의 학습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ADHD 아이를 키우면서 궁금한 이야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작가에게 제안하기'를 통해 나눠주세요.


*사진출처- istock

이전 13화 인구의 90%가 ADHD인 세상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