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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Oct 28. 2023

조용한데 어떻게 ADHD에요?

ADD라고 불리던 아이들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학교에서 근무하며 남의 아이 일일 거라고 생각했던 단어다.

"선아쌤, 쌤 반에 걔는 ADHD 같지 않아요?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들썩들썩. 자꾸 친구들이랑 계속 떠들고 공부도 안 하고."

젊은 교사는 첫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내가 아는 ADHD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타고났다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7살이 된 봄날, 정신과에 데리고 갔다. 그렇게 의심이 확신이 되었다. 우리 가족이 마주한 현실을 수용하기 어려웠지만, 수용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남의 아이 얘기인 줄 알았더니, 내 아이구나. ADHD.'

세모는 어릴 때부터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세모를 보던 동네 엄마들이 묘사하는 단어는 모두 '에너지가 넘치네요. 발달이 빠르네요. 운동 신경이 좋네요. 엄청 활발하다. 겁이 없네.' 등 장점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은 순식간에 '장애(Disorder)'가 되었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 했던 나이에도 '에너지가 넘치고, 운동 신경을 과시했으며, 엄청 활발하게 겁도 없이' 굴었기 때문이다.


"어머님, 선생님이라고 들었어요.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말씀드려요. 세모 때문에 수업이 진행이 안 돼요."


 그렇게 우리 가족의 일상에 ADHD가 들어왔다. 세모가 과잉행동이 심해서 ADHD는 모두 과잉행동 때문에 주의력이 결핍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ADHD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조용한 ADHD'라는 단어. 지금은 진단명이 아니지만, 예전엔 'Hyper-activity(과잉행동)'를 뺀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로 불리던 장애(disorder)다.


'조용한데 어떻게 ADHD일 수가 있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음은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만든 조용한 ADHD 체크리스트라고 한다. 9개 중 6개 이상인 경우에는 ADD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학습하거나 다른 활동을 할 때 부주의해서 실수를 자주 한다.

과제나 놀이를 할 때 지속적으로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자주 말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것 같다.

학습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마무리를 못 할 때가 많다.

과제나 활동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정신을 쏟아야 하는 일을 피하거나 싫어한다.

과제나 활동에 필요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외부자극에 쉽게 주의가 흐트러진다.

일상적인 활동을 자주 잊어버린다.


위 증상들을 알고 조용한 ADHD에 대해 알고 나니, 비로소 보였다. 학교에서 만나는 우울감,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있던 중학생들의 모습을.


조용한 ADHD 아이들은 세모와 같은 과잉행동형 ADHD보다 어쩌면 더 안타깝다. 바로 교사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과잉행동형 ADHD가 조기 진단에 '유리(?)'한 이유는 세모의 경우와 같다. 대부분, 학교와 같은 단체 생활에서 방해를 해서 교사가 수업 진행이 어려워 부모에게 전화를 하고, 부모는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작은 의심의 씨앗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그렇게 아이의 ADHD를 알게 되고 치료적 개입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할 수 있다. 과잉행동형 ADHD들은 과잉행동을 없애기 위해 먹는 각성제 약물들이 사실주의 집중력도 높여주기 때문에 ADHD 치료 예후가 좋다.


조용한 ADHD는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일까?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 그저 '얌전하고 조용하지만 조금은 정리를 못하고, 조금은 산만한' 아이로 묘사되었을 것이다. 한 반에 30명을 어른 하나가 돌보는 학교 시스템에서는 그저 '조용'하면 일단 문제아가 될 확률이 매우 적기에 부모에게 전화할 일도 없다. 그렇게 아이는 사춘기를 만나 중학교에 입학한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왠지 모르게 자기 자신이 불안하고 불편하다. 긴 글이 읽기 힘들고, 많아진 과목 수에 시험기간만 되면 게임이 생각나고 핸드폰이 하고 싶어 진다. 학교에서 자주 필기구나 교과서, 프린트물들을 잃어버려서 초등처럼 나를 혼내는 어른은 없고 뭐든 자신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은 어느새 무리를 형성해 가는데 거기에 아이는 없다.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생각나 수업 중에 질문을 했는데 분위기가 항상 어색해진다. 어느새 아이는 '특이한' 아이의 이미지로 굳어진다. 그렇게 아이는 점점 성취보다 실패 경험이 많아지고, 게임이나 휴대폰 세상에 자신을 고립시키거나 학습된 무기력에 어디서부터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할지 몰라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어른들은 이 아이들에게 '사춘기'라고 편하게 얘기한다.


ADHD를 알고 돌아간 교실은 다르게 보였다. 우리가 놓쳐온 많은 '조용한 ADHD' 아이들. 교실의 한가운데 서서 수업을 하면 드러난다. 수업을 시작하면 3초 만에 초점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공상에 빠지는 모습이 보인다. "프린트는 어디 있어?" 물으면, "몰라요." 그리고 서랍을 뒤지는 그 아이의 모습... 서랍 속에서 나오는 구겨지고 체계 없이 섞인 수업 자료들. 필통을 가져온 걸 잊어 펜 마저 없이 필기할 수 없어 멍하게 칠판 모서리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


문제는,

아이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규야,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저요? 음... 끈기 있게 뭔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네가 하는 일이 뭐야?"

"하고 싶은데... 집중이 안 돼요."


'하고 싶은데'
의지는 있다는 뜻이다.
'집중이 안 돼요'
ADHD 때문에 힘들 뿐.



부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 조용한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잃어버린 ADHD라는 한 조각을 늦지 않게 발견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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