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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y 07. 2023

“육아 품앗이? 그게 뭐죠?” 알 수 없는 세계

ADHD아이 엄마에겐 남 얘기인 그것

품앗이란?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육아 품앗이란?
육아를 서로 거들어 주면서 육아의 힘듦을 지고 갚고 하는 일.


  세모의 초등학교 입학을 돕기 위해 육아휴직을 했었다. 세모의 새 출발을 위해 세모가 다니던 유치원 친구들이 많이 진학하지 않는 초등학교로 보냈다. 그곳에 다니며 ADHD 진단을 받았고 약물도 시작했다. 순탄치 않았다.


초1에는 자유롭게 학원도 다니지 않고 즐겁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라며 학교가 끝나면 학교 앞 놀이터,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게 했다.


그런데 내 아름다운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놀이터에 애들이 없다.


‘아이들이 대체 하교하면 어디로 가는 걸까?’


매일 하교하러 데리러 가면서 엄마들을 지켜봤다.


“육각엄마, 오늘은 우리 집으로 와~ 저번에 육각이 놀러 오니까 우리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 육각이만 보내요. 제가 저녁 먹여서 집에 데려다줄게.”
“정말요? 너무 감사해요 언니~ 다음엔 저희 집으로 동글이 보내세요. 둘이 성향도 잘 맞아서 안 싸우고 잘 놀더라고요.”


아...

어느새 엄마들은 그 짧은 몇 주 동안 언니, 동생이 되어있었고 아이들끼리 참 결이 잘 맞는 아이들은 친구 엄마들에게도 아이 친구로서의 합격점을 받은 양 여기저기 초대되고 있었다.


선배 엄마들은 다들 말씀하셨다.

초등 고학년 되면 다들 알아서 친구 사귀니까 의미 없다고. 그런데 내 맘은 왜 이리 외롭고 쓸쓸했는지...


‘저런 게 육아 품앗이구나...!‘


  사실, 세모도 유치원 시절 몇 번 초대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일회성에 그쳤다. 뭐, 이유는 ADHD인 아이와 하루를 겪어보면 끄덕이게 될 것이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세모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세모는 하고 싶은 말을 필터링 없이 내뱉고, 친구의 입장을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욕구에 따라 행동으로 표출해 내는 충동성은 타인에겐 아주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이톤과 쩌렁쩌렁한, 고막을 때리듯 들려오는 세모의 목소리는 여느 엄마들에게 아주 당혹감을 안겨주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니 ‘육아 품앗이’는 남 얘기다.

내가 알 수도 없는 세계였다.


ADHD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 100명을 키우는 것만큼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내가 세모의 친구 엄마를 위해 품앗이를 해주면서 쓰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세모를 단 하루 육아해 주는 데 쓰게 되는 세모 친구 엄마의 에너지는 1000인 것이다. 품앗이가 성립되지 않겠구나 싶었다.


ADHD 아이를 키우는 난, 사실 누구보다 내 힘든 나날의 짐을 조금은 덜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의 진단명을 밝히지도 못하고, 내 아이를 나보다 더 사랑으로 보듬어줄 사람이 없기에, 육아 품앗이는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게 때론 쓸쓸하고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


이젠 어쩔 수 없음을 안다.

그래도 그들이 참 부럽다.



그래서 요즘 난...
더 상담센터를 열심히 찾아간다.
나를 더 열심히 보듬어주려고 한다.
나 자신마저 나를 외롭게 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만큼은 단단하게 오롯이 서서
세모를 잘 키워내기 위해.  

ADHD를 키우는 어머님들을
언젠가 꼭 만나고 싶다.
만나서
그들에게 기꺼이 육아 품앗이를
제안하고 싶다.


*사진 출처- Pix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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