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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비나 May 18. 2023

ADHD야, 그래도 등교는 좀 쉬울 수 없을까?

ADHD 맞춤 등교법

세모야, 잘 잤어~?
오구오구 우리 아들. 잘 생겼네.


기분 좋은 굿모닝 인사를 매일 선물처럼, 의무처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기분이 좋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세수를 하고 단장을 하고 아이들의 아침을 미리 맞이하는 워킹맘의 일상에, 나의 아름다운 기대에 똥을 투척하는 건 항상 세모의 ADHD다.


”엄마 나 오늘 1등으로 갈 거야. “
“진짜? 그럼 지금 나가야 할 텐데...?
옷도 안 입었잖아. “
“알았어. 봐봐. 나 옷 다 입었지? 간다! 알라뷰! 빠이!”
“어...?! 어!! 잘 가!”


그런데 세모의 책가방이 그대로 현관에 놓여있다.

그런데 세모의 휴대폰이 그대로 현관에 놓여있다.

그는 신발은 신고 갔을까?


가끔 이런 황당한 아침 등교를 맞이할 때면,

나는 급히 아침 식사도 하지 못한 채 세모의 가방을 들고 뛰쳐나간다.


한 번은 세모가 ADHD 약을 먹지 않아서 약을 지퍼백에 넣고 물통을 들고 학교 앞까지 달려갔던 적도 있었다.


충동성.

주의력.

집중력.


참 부족하고도 부족한 그것들이 세모의 생활과 나의 아침을 괴롭힌다.

나도 하고 싶다. “미라클 모닝”

나도 하고 싶다. “모닝커피”


워킹맘으로서 열심히 노력해도 2학년이 되어도 어린이집 아이 챙기듯 챙겨야 하는 ADHD 아이는 언제까지 해줘야 하는 것인가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아침을 위해

세모 맞춤형 등교법을 연구해 보았다.


첫째,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것을 순서를 정해 직접 쓰게 해 집안 곳곳에 붙인다.


자신이 직접 정한 순서는 좀 더 집착해서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일의 순서가 눈에 보여야 낮은 작업기억력을 보완할 수 있었다.


둘째, 가방은 하루 전에 다 싸서 현관 가운데에 둔다.


현관에 가운데에 둬야 한다. 그 가방을 비켜가거나 넘어가야지만 지나갈 수 있게 해 둔다면 발에라도 채일 테니 가져간다.


셋째, 손목시계나 휴대폰에 나가기 5분 전과 나갈 시간에 알람이 울리도록 한다.


주의력을 전환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알람이 울리면 5분 전 양치를 하고 신발을 신고 가방을 멘다. 그리고 나갈 시간 알람이 울리면 자동적으로 나가도록 한다.


넷째, 지각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도록 한다.


아주 중요했다.

늦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과 조용한 교실에 정적을 깨며 들어서는 그 느낌은 직접 체감해봐야 한다. 부모가 담임 선생님께 핑계를 대준다던지, 차로 빠르게 데려다준다던지 하는 아이의 비서 역할은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내신 점수에도 영향을 주는 지각은 초등 시절에 본인이 직접 지각에 대한 느낌을 체감하며 극복해 놓는 게 훨씬 아이를 위해 좋다.


지금은 세모가 30분 만에 일어나서 준비해서 나갈 때가 많아졌다. 가끔 다른 일을 하려 할 때면 그냥 놔둬본다. 조용히 지금은 몇 시라고 알려주기만 한다. 그럼 본인이 시간을 보고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이 등교 전쟁이 우리에겐 어렵지만...
화가 나고 짜증이 날 때면
다시 나에게 상기시킨다.


세모가 지각을 하더라도,
물건을 잊더라도
오늘도 기분 좋게 학교를 갔구나.
오늘도 시계를 보려고 노력했구나.
내일은 더 잘하겠지.
지각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이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졌구나.



*사진 출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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