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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guevara Aug 08. 2022

다시, 튀르키예

EP.01 어느덧, 세 번째야.

 지난 튀르키예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가장 가까이 두고 싶었던 사람을 마중하고 하루의 끝과 시작의 경계에 가까운 시간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기간 동안 그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더해진 마음은 빨래로 가득한 세탁기처럼 복잡했고 너저분했다. 설렘, 기대만 있던 지난 여행과 상반되는 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을 응원해 준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눌러가며 참아왔던 정체 모를 감정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고 쇄골 밑이 찡했다.


 세 번째 튀르키예 여행. 이번에도 같은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물음표를 마주해야 했고 그에 대한 나의 느낌표는 이렇다. 튀르키예와 첫 만남. 체코에서 시작했던 배낭여행은 발칸반도 이곳저곳을 훑고 마지막 나라 튀르키예에 닿았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처음 겪은 뒤 주기적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긴 여행으로 오는 권태감에 의욕이 없었고 그다지 큰 기대도 없었다. 어쩌면 낮은 기대치 때문이었을까. 그때의 튀르키예는 지금 생각해도 참 흥미로웠다. 변검처럼 다양한 얼굴과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금세 살가워지는 관계들이 여행 마무리에서는 더 여행하지 못하는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쉬움에 떠난 두 번째. 튀르키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었다. 형제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을 환대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도 생겼고 다소 무거운 역사와 종교적인 이야기와 튀르키예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 단계가 지나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여행 방법을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찾아보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 여행의 방법들이 더 진한 터키 여행을 선물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세 가지의 과제를 줬고 그 과제들이 지금 이 늦은 시간 다시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오르게 만든 세 번째 이유다.


 나는 도착하기까지 파도 같았다. 이번 여행 뒤에는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간절함. 기대하고 있는 이 여행의 방법이 막상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 언제부터인가 '혼자'보다 '같이'가 익숙해져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 뒤를 따라오는 기대감과 기쁨. 입국심사 직전까지 몰아치듯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였고 커다란 배낭과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메고 입국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이스탄불은 여전했다. 공항에서 도시로 가는 셔틀버스 노선과 번호, 길게   노랑 택시들과 "탁시! 탁시!"라고 외치는 기사님들 그리고 시간에 맞춰 울리는 애잔까지 이스탄불은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웠던 모습들을 보여줬고 다시  돌아왔다며 인사하듯 노을로 물드는 골든혼 물결 위에 빛나는 아야 소피아를 내밀었다. 복잡했던 감정들이 가라앉았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 너무 그리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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