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어느덧, 세 번째야.
지난 튀르키예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가장 가까이 두고 싶었던 사람을 마중하고 하루의 끝과 시작의 경계에 가까운 시간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 기간 동안 그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더해진 마음은 빨래로 가득한 세탁기처럼 복잡했고 너저분했다. 설렘, 기대만 있던 지난 여행과 상반되는 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행을 응원해 준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눌러가며 참아왔던 정체 모를 감정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고 쇄골 밑이 찡했다.
세 번째 튀르키예 여행. 이번에도 같은 곳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많은 물음표를 마주해야 했고 그에 대한 나의 느낌표는 이렇다. 튀르키예와 첫 만남. 체코에서 시작했던 배낭여행은 발칸반도 이곳저곳을 훑고 마지막 나라 튀르키예에 닿았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처음 겪은 뒤 주기적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긴 여행으로 오는 권태감에 의욕이 없었고 그다지 큰 기대도 없었다. 어쩌면 낮은 기대치 때문이었을까. 그때의 튀르키예는 지금 생각해도 참 흥미로웠다. 변검처럼 다양한 얼굴과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금세 살가워지는 관계들이 여행 마무리에서는 더 여행하지 못하는 깊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쉬움에 떠난 두 번째. 튀르키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었다. 형제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을 환대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도 생겼고 다소 무거운 역사와 종교적인 이야기와 튀르키예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 단계가 지나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여행 방법을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찾아보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 여행의 방법들이 더 진한 터키 여행을 선물해 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세 가지의 과제를 줬고 그 과제들이 지금 이 늦은 시간 다시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오르게 만든 세 번째 이유다.
나는 도착하기까지 파도 같았다. 이번 여행 뒤에는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기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다는 간절함. 기대하고 있는 이 여행의 방법이 막상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 언제부터인가 '혼자'보다 '같이'가 익숙해져 외로움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그 뒤를 따라오는 기대감과 기쁨. 입국심사 직전까지 몰아치듯 수많은 감정들이 뒤섞였고 커다란 배낭과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메고 입국장을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이스탄불은 여전했다. 공항에서 도시로 가는 셔틀버스 노선과 번호, 길게 줄 선 노랑 택시들과 "탁시! 탁시!"라고 외치는 기사님들 그리고 시간에 맞춰 울리는 애잔까지 이스탄불은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웠던 모습들을 보여줬고 다시 잘 돌아왔다며 인사하듯 노을로 물드는 골든혼 물결 위에 빛나는 아야 소피아를 내밀었다. 복잡했던 감정들이 가라앉았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아, 너무 그리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