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경, <책 먹는 법>
재미로 책을 읽다가 그걸로 밥벌이까지 한 제 경험에 비춰 보면, 독서가 취미인 것은 우습고 한심한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행복한 일인 듯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입니다. 직업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는 마당에 아무리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죽기 살기로 의무감으로 읽을 게 뭡니까? 좋아서 읽으면 그만이지.
요리법이 궁금하면 요리 책을 읽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는 철학 책을 펼치듯이, 책이란 알고 싶은 것,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도움을 얻으려 읽는 것입니다. 즉 독서란 살아가면서 생기는 구체적 물음에 실용적인 해법을 찾는 수단이지요. 그러니 질문이 있을 때 읽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제대로 잘 읽으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내 삶의 문제에 제대로 잘 응답하려는 간절한 요구에서 나옵니다. 독서란 다만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