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걷기 시작한지 4주 정도가 되었다. 처음엔 4천보도 걷지 못하다가 점점 시간과 거리를 늘려 이젠 8천 보~1만 보를 걷는다. 2만 보는 걸어야 살이 빠진다는데, 지금도 쉽지는 않아서 더 늘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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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시각에 나가려 노력한다. 여기저기를 오르고 걷고 돌다 이젠 한 군데 코스로 정착했다. ‘뛰는 안경’, ‘나이키‘, ‘미니언즈 가족’, ‘지각언니’를 어디에서 마주치느냐에 따라 아 내가 오늘 늦었구나 빨랐구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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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안경’은 마르고 왜소한 체구로 항상 같은 복장으로 같은 속도로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뛴다. 시계 같은 성실함이다. ‘나이키’ 는 모자부터 운동화까지 전부 검은 나이키로 입었는데 엄청 빠르게 걷는다. 경쟁심이 느껴진다. ‘미니언즈 가족’은 똑같이 생긴 엄마와 자매 총 4명으로 늘 크게 웃고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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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는 길 주 2-3회 정도 마주치는 ‘지각언니’는 구두에 세미정장 차림으로 늘 같은 방향으로 뛴다. 그 쪽은 비포장에 풀숲인데.. 분명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지름길이겠지. 지금 얘기한 사람들 중 가장 빨리 뛴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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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피트니스’ 앱에선 180일을 꾸준히 해야 통계를 보여준댄다. 뭐든 싫증을 잘 내고 꾸준함이나 인내심 따윈 없는 내가 과연 6개월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인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걷는다. 무엇을 하고싶다는 목표 없이 그냥 걷는다. 새를 만나고 바람을 맞고 햇볕을 쬔다. 걷는 여자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