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안동 김씨다. 종갓집은 당연히 아니지만 성씨의 네임드에 걸맞게 친정집의 살림 규모가 어마어마했다고. 당신은 워낙 손도 크시고 동생들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거둬 먹인, K-장녀 패치가 아주 단단히 되어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집엔 늘 객식구가 있었기 때문에 어릴적 남편은 자기만의 방을 단 한번도 갖지 못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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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멤버는 총 4명으로, 7남매 중 작고하신 두 분의 삼촌, 그리고 연락두절인 막내 삼촌을 뺀 나머지 ’안동 김씨‘ 완전체다. no. 1 어머님, no. 2 서울 삼촌, no. 3 태백 이모님, no. 4 상계동 이모님. 렛미 인트로듀스 마이 시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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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 중 난 no. 2’서울 삼촌‘을 가장 좋아한다. 말하자면 찐 ENFP스타일.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목소리는 엄청 크고, 한 달에 일주일 정도는 누나네(그니깐 울 어머님네)와 계신다. 어머님 피셜 맨날 술 많이 먹다 즤 마누라한테 쫓겨오는거라고..쿨럭. 친형보다 매형을 좋아하고, 빨간 두꺼비를 사랑하시는 분. 볼때마다 남편도 안 불러주는 내 이름을 큰소리로 ’아이구 승완아!!! ‘ 하고 불러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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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 태백 이모님은 세 자매 중 가장 이쁘고 귀여운 외모를 자랑하신다. 태백 농협에서 일하다 지금의 이모부를 만나 결혼하셨는데, 그 옛날 안동 류씨 가문 대를 잇기 위해 제왕절개 세 번 만에 아들을 낳았다. 울 어머님이 자식 셋 낳을 때 모두 산후조리를 해 주셨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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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4 상계동 이모님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어머님이 거의 키우다시피 한 케이스. 아예 큰언니네서 시집가기 전까지 같이 살았고, 맞벌이를 하느라 애(남편의 사촌동생)도 어머님이 봐주셨다고. 어딜 가시든 어린 조카를 꼭 데리고 다녀서 동네에 아버님이 데리고 들어온 자식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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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리아 안에서 목소리 큰 4명의 어르신 목소리가 세시간 내내 쩌렁쩌렁 울렸다. 서로를 디스하는 아슬아슬한 대화, 혹 싸우는건가 싶어 귀를 기울여 보면 그냥 각자 얘기를 하고 계셨다. 설상가상 한 시간 정도를 남겨놓고 아버님의 멀미가 시작되었다. 장거리는 물론이고 5년동안 30분이상 차를 타 본적이 없는지라 예상은 했었지만 구토가 이어지자 난 너무나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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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이쪽으로 가야 한다, 어머님은 니가 뭘아냐 얘가 알아서 가겠지 조용히 해라~ 누난 내가 알면 더 알지~ 해서 방향을 틀면 삼촌은 그새 누군가와 통화중이시고;; ”어~ 우리 아부지엄마 산소에 왔찌~! 그래그래 어쩌고 블라블라 ~ “ ”아니 오빠 그래서 여기서 어디로 가라고?“ ”어허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몰라~“”뭐라고???아니 술을 그렇게 먹어대니 기억을 못하지!“”우웨에엑.....“ (아버님 멀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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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관리가 안되는 카오스 그 잡채. 하지만 그 와중에 농산물 시장 들러서 수박도 사고 소주랑 북어도 사고 할건 다했다는 점. 안절부절하는 나와는 달리 이 모든 혼돈에도 남편은 대체적으로 평안했는데, 어릴적부터 굉장히 익숙한 광경이랜다. 안동 김씨들의 특징이라나? 물론 남편이 지칭하는 ‘안동 김씨’란 외갓집 식구들을 일컫는것이니 이 글을 읽는 안동 김씨 분들은 오해마시길. ^^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외할머님 산소에 도착!
-다음주 화요일, 제4편 ‘나의 시외할머니 길봉순’ 이 계속됩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