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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바람 Jun 24. 2024

2.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이야기

아버님은 2019년 코로나가 터지기 전 건강검진을 가셨다가 응급으로 뇌 수술을 받으셨다. 고비를 넘기는 여섯 번의 수술이 있었고 한밤중에 온 가족이 병원으로 호출되기도 했다. 집에 다시 돌아오시기까진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간병을 위해 어머님도 함께 병원생활을 하셨다.


남편은 코로나로 면회가 완전 금지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 주도 빠트리지 않고 주말에 면회를 갔다. 생필품과 제철 과일과 바깥 음식을 사날랐다. 환자는 월 1회 지정된 시간과 공간에서만 면회가 되고 남편이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님 뿐. 사실 면회가 필요한 사람은 아버님이 아니라 어머님이었다. 모두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

남편의 역마살은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렇게 다니는 걸 좋아하는 양반이, 남편 병수발을 책임지느라 5년째 발이 묶여 있는 셈이다. 어머님의 괴로움이 폭발할 때마다 자식들 모두는 죄인이 되었다. 포비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간병인을 쓰자고 했다. 집에 돌아오셨을때도, 잠깐이라도 돌봐주는 요양보호사를 쓸 수 있으니 이용을 해 보시라 몇 번을 말씀드렸다. 그러나 한결같이 늬 아버지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 남이 내살림 보는거 싫다, 는 단호한 대답.

병원에서 나오신다는 얘길 들었을때, 난 남편에게 제안했다. 조금 큰 평수의 집을 얻어 시부모님을 모시자고. 시댁에 얹혀살다 도망치듯 간신히 분가해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주제에! 남편은 ’거절‘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본인이 싫다고. 진짜 속마음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때 거절해 주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현재는 시동생이 시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물론 ’너넨 같이 안 사니까‘ 라는 시동생의 말 한마디에 남편은 매일 밤 잠들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남편을 지켜보며 아내로써 함께 괴로운 벌(?)을 받고 있는 셈이지만. 남편은 다른 형제들보다 경제적으로 일정부분 더 부담하는 방법으로 그 죄책감을 메우려 한다. 난 또 끊임없이 주판알을 튕기느라 골백번 나쁜년이 된다. 그러나 아무래도 ’같이 사는‘ 것보다 더한 부담은, 사실 없다. 그리하여 결국엔 모두의 고통은 도돌이표.

5년만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떠난 여행. 단 하루, 한나절 뿐인 짧은 여행은, 이러한 의미에서 아주 길고 길었다.


- 제 3편 ‘안동 김씨’ 편이 계속됩니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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