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5일 화요일
오후 1시 08분. 갑자기 설거지를 하다 말고 오열했다. 그냥 지금 이 눈물 자국이 사라지기 전에 나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나는 설거지를 할 때 크게 노래를 듣는다. 오늘은 싹쓰리의 노래를 틀어놓았다.
지난여름 바닷가.
너와 나 단둘이.
별이 되었다고.
어? 내가 왜 울고 있지? 싶었다 처음엔.
그런데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터져 나왔다.
호르몬의 바람은 감정의 폭풍을 몰고 왔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지?
엉엉 나도 모르게 오열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34살.
아직 책 한 권도 출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꿈꿔왔던 엄마가 된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이 필라델피아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는 결과에 사로잡혔다.
그 상념의 파도가 우수죽순 쏟아져 나왔다.
아니, 파도라기 보단 댐이 폭발한 느낌이었다.
달그락 거리는 설거지 소리와 신나는 이효리의 목소리.
그 사이 틈바구니 어디쯤 숨어 엉엉 울어 버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음악이 끝나기까지 한 3분간 오열했던 것 같다.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내 난포는 다행히 아직까진 잘 크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년에 나는 내 아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할까.
오고 있니.
진짜로 진짜 정말 저 우주 어디쯤에서 만들어지고 있나?
만나게 될까?
나는 엄마가 되고 싶어.
너도 내 아가가 되고 싶니.
감정의 파도가 밀물과 썰물처럼 미친 듯이 왔다가 사라진다.
나같이 감정적인 사람이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나는 이렇게 내 아가를 기다리는데, 내 아가는 날 기다렸던 게 아니면 어떻게 하지?
내 아가가 나중에 커서 자신의 엄마를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하지?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폴도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다시 읽어보니 뭔가 창피하다. 아무리 호르몬 때문이라지만 이렇게 혼자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는 사실이 뭔가 쪽팔리는 거 같기도.
그래도 잘했다 싶다. 울음을 참고 참아서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보단 한번 시원하게 울어버리는 게 나으니까.
<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한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