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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19. 2024

의학이 살아야 의료가 산다.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대할지 고민하라.

 기사(knight. 의사)들은 더 이상 여왕(환자)을 지킬 소명의식을 잃고 말고삐를 돌리고 있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를 동아일보 2024년 7월 9일 기자의 눈에 실린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부산대학병원의 교수의 말을 통해서였다.


 교수들이 대학 병원의 현장을 떠나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도 기약 없는 당직을 서는 것으로 인한 피로감만은 아니었다. 인기과들, 비급여진료가 활성화된 병의원 의사들에 비해 월급차이가 났지만 대학이란 곳에 꿋꿋이 서서 진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수로서 제자들을 키워내고 연구자로서 연구를 하며  의학의 발전에 최전선에서 인류의 질병의 고통과의 전쟁에서 선봉에서 있는 깃발을 나부끼며 말 달리는 기사의 모습에 자존감이 만족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료의 현장은 더 이상 그런 모습으로 대학교수들이 서있을 수 있는 생태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적어도  대학병원급의 난이도 높은 진료를 행해온 그 현장은 말이다.


 그 결과 대학 병원들은 지방으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국 국립대 병원 교수를 그만둔 이는 223명이다. 이는 2023년 사직자의 80%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지방 국립대 병원으로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분원, 세종, 경상국립대병원(분원, 창원), 경상국립대병원(본원, 진주) , 충북대병원(청주) 등이 주되게 차지하였다.


 우리나라 임상연구 현장도 소리소문도 없이 벌써 타격을 입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인류의 못다 이룬 의학 발전을 위해서, 특히나 뒤늦게 발전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임상시험현장이 자칫 무너질 위기에 있다.


 의학이 살아야 의료가 산다. 대학병원의 교수들은 인류의 질병과의 전쟁터에 기함이다. 기함이 무너지면 전쟁터에서 국민을 지켜야 할 군대는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다.


 기사(騎士)들은 관리의 대상들이 아니다. 사회는 그들이 어떻게 그 소명의식을 갖고  이 전쟁터에서 여왕인 국민들을 위해 다시금 말달리며 전진할 수 있을지 그들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지 고민하여야 한다. 의사들을 관리의 대상으로 만 보려는 시선을 바꿀 때가 되었다. 그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달리게 하라, 그것이 의료가 사는 길이다.


 대부분의 나라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의사와  의료 소비자 간의  신뢰를 저해하는 정책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영국이 NHS를 설립할 당시 정책 입안자들은 먼저 의료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였다.  의료는 마법이 아니라,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행위라는 점을 이해하였다, 이러 이해를 바탕으로  영국은 신뢰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폈다.


신뢰가 낮을 때 불필요하게 지불해야 할 사회비용은 너무나도 크다. 낮은 신뢰여도 이를 높이려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제대로 된 행정가요 사회 지도자들이 할 일이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한 정책을 해내기 위해 때론 걸림돌이 되는 집단에 대해 그 집단의 약점을 들춰내고 그들 일부의 부정적 요소들을 폭로해 여론을 불러일으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힘을 받도록 하려는 유혹을 갖게 된다. 그 유혹에 빠진다면 그는 하급에 속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탄 배에 구멍을 뚫고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도 입안의 가시를 빼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사회가 의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것은 선량한 의사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일으키게 한다. 당분간은 버티겠지만 여러 여건들이 나빠진다면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이런 원칙은 비단 의사들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교사들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며 공공성을 지닌 국가 서비스를 제공할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의료의 공공성을 논하지만 그 질적 보장은 단순히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그들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어떤 존재로 대우받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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