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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Jun 06. 2023

의료, 예술, 사상

의료백년대계 (3)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가의료서비스) 제도로 불리는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이다. 우리나라가 건강보험금을 걷어 운영하는 사회보험형태라고 한다면 영국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의료 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의료와 신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을 무렵 십수 년간 의료인들이 신뢰받는 직업 군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영국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다. 무엇이 그토록 영국 국민들로 하여금 의료인들을 신뢰하게 만들었을까? 그것이 연구 내내 궁금하였다.

 

 당시 데이터뿐만 아니라 최근 데이터를 보아도,  영국은 앞서 인용하였던 Ipsos의 global trust in professions, 2018년 서베이  결과보고를 보면 의사에 대하여 신뢰한다는 응답이 67%로 다른 직군에 비해 가장 높은 신뢰를 보여 주었고 23개국 중 5위를 차지하였었고 global trustworthiness index 2021의 국제비교보고서에서 의사들에 대한 신뢰의 비율이 조사발표된 28개 국가 중 75%가 의사를 신뢰한다고 답하므로 1위를 차지하였다가 다시 22년 보고서에서는 28개국 가중 66%가 신뢰한다고 응답하여 6위로 하락하였음에도 영국 내 직군 중에서는 여전히 1위로, 꾸준히 신뢰받는 직업군 1위를 고수하고 있고 국제 비교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병원을 방문해 보면 일부 현대화된 병원도 있지만 유수한 왕립병원이고 수준 높은 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병원인데도 건물의 외관은 상당히 낙후되어 있는 것에 놀라게 되고, MRI이동촬영 버스가 있는 것 또한 낯설게 보인다. 긍정적으로 보면 환자가 있는 곳에 장비가 가는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보이고, 소극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동네 의원에도 있는 MRI장비가 영국에 병원마다 없어 버스로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음 그림과 같이 OECD의 데이터를 보면 이해가 간다. 인구 백만당 MRI보유 대수가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다음으로 높은데 비해 영국은 우리나라의 1/3 수준에 못 미치니 말이다.

그림 출처: https://data.oecd.org/healtheqt/magnetic-resonance-imaging-mri-units.htm


 우리나라가 과하게 많은 것인지 영국이 너무나 부족한 것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고비용 영상촬영의 남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1)2).  일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그 나라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일본은 의사에 대한 신뢰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국은 어떻게 십여 년 넘게 의사에 대해 신뢰가 이토록 높은 것일까? 신뢰에 대한 영국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LSE의 Sir Julian Le Grand교수, King's College London의 Peter Littlejohns교수, Kent대학교의 의학 사회학과 Michael Calnan교수 등의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통해 인식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NHS가 처음 설립될 무렵 설계에 주축을 담당하였던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Richard Titmuss교수는 신뢰를 중요한 철학적 사상으로 여겼고 그 후임 Re Grand 교수는 이타적 기능을 살려주는 기사, 졸, 악당의 비유로 어떻게 의료분야의 공급자들을 대할 것인지에 대한 사상을 피력하여 토니 블레어 총리시절 의료정책에 철학적 사상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초기신뢰 모델의 기초 위에 세워진 NHS에서는 자원을 증가시켜도 긴 대기시간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의 질문제가 대두되었고 공공분야 서비스 혁신도 실패에 직면하였다. 그 이후 도입된 것은 목표와 성과를 평가하는 의혹모델(distrust model) 정책방향이었으나 이는 사위(詐僞: gaming)적인 행동, 사기저하, 동기소실의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에 소비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발언모델(voice model)을 채택하여 보았으나 이 역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심적 고통을 초래하며 방어적 대응을 초래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준시장(quasi-market) 제도를 도입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여 경쟁구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 이후 다시 명령과 조종, 규제를 도입하나 이로 인해 경쟁력은 오히려 저하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모델들이 영국의 국가 보건서비스 내에서 시도되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신뢰에 기반을 둔 정책의 큰 흐름은 유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 방향이 영국 국민의 의료에 대한 신뢰도에 장기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철학과 사상을 갖고 의료정책을 피며 의료제도를 놓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에 대한 분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정책방향을 설계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공과를 학습하며 제도를 개선해 나가려는 모습이 영국의 의료제도가 보여주는 것이다. 의료제도를 둘러싼 모든 이해 당사자들, 환자, 의료인, 부, 보험자, 산업체는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환경에 따라 반응하는 살아있는 인격적 존재들임을 잊지 말자. 힘의 논리와 강제적 규제 만으로는 이 복잡한 관계성에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 의료제도에 접근할 수 없다. 우리의 후대에 지속 가능하고 발전적인 의료제도를 물려줄 수 있게, 상호 존중과 각자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타적 유전자가 발현하도록 자극하여 균형 잡힌 상호 시혜를 끼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각자 일조하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 인용:

1. https://www.reuters.com/article/us-imaging-overuse-idUKTRE67N0O920100824


 2.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0438

3. 이상무(Sang Moo Lee). (2016). 의료의 왜곡과 의료 생태계 회복. 근거와 가치, 2(3), 90-93.

4. https://synapse.koreamed.org/upload/synapsedata/pdfdata/0119jkma/jkma-52-53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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