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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Feb 28. 2024

의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선생님은 무엇을 먹고살까? 초롱초롱한 눈빛, 자라나는 제자들의 모습, 졸업 후에도 찾아와 건넨 꽃 한 송이를 먹고살지. 검사들은 무엇을 먹고살까? 사필귀정이 이루어진 결과를 먹고살지. 공무원은 무엇을 먹고살까? 국민이 발 뻗고 자는 모습을 보고 살지.


 의사는 무엇을 먹고살까? 어떤 사람이 전문 직종에서 숙련된 사회 구성원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교육과 수련과 그 사회에서의 규범과 많은 체험을 거쳐 존재가 완성된다. 개개인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고 가치관이 서로 다름으로 일률적일 수 없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형성되는 어떤 큰 흐름이 있는 법이다.


 이차이득을 바라는 파렴치한 선생님, 검사, 공무원, 의사가 어느 사회나 존재하고 일시적으로 그들이 큰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큰 흐름은 그 직종의 구성원의 존재를 형성시킨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데서 일탈한, 소위 돈 별려고 작정한 일부 구성원들은 논외로 하고 일반적인 선량한 사회 구성원들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자.


 의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내가 현재 일하는 업무상 나는 다른 의사들이 기록한 진료기록들을 보게 된다. 합법적이고 공무 수행상 이루어지는 일이니 이 말을 듣고 흥분하지 마시라. 그 기록들을 보면서 나는 때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경우가 있다. 성의 없이 아니면 그 바쁜 의료현장에 뛰어다니느라 흘깃 적어 놓은 진료 기록도 있지만 어떤 기록은 그 의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기록도 있다. 환자를 인계하면서 적어 놓은 어떤 의사의 절절한 글 중에는 이 환자를 꼭 살려야 한다며 환자에 대해 상세히 기록을 남기면서 꼭 잘 진료해 달라고 부탁한 글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병원마다 오늘도 쌓여가고 있을까? 그런 글들을 접하면서 이런 진료기록부의 일부를 발췌하여 전시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다.


 의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자신의 문제를 호소하는 간절한 눈빛, 죽을 것 같은 환자가 걸어 나가는 모습, 환자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외치는 유레카의 외침, 사경을 헤매는 환자와 밤새도록 죽음과 싸운 뒤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고 지칠 대로 지쳤지만 병원 창문 밖으로 희미하게 떠오르는 새벽빛, 그 모든 과정에 동료들 간의 주고받은 눈빛, 질병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지식을 갖게 되었을 때의 희열. 이런 것을 먹고 의사는 산다.  


 반대로 의사는 무엇으로 죽는가? 의사의 모든 노력과 삶을 밥그릇으로 폄하하는 사회의 목소리, 불확실성 속에 자신의 한계를 벗어난 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얼음장같이 차디찬 정죄.


 이제 의료가 살고 죽고는 의사들의 손에만 있지 않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고 우리 후대를 위한 최적의 의료시스템을 전수해 줄 참된 개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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