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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pr 27. 2023

신뢰회복과  선진국

의료백년대계 (2)

 인턴으로 근무하던 때의 일이었다. 의사가 되었지만 응급실에서 다양한 환자를 대하는 것은 초짜 인턴에게는 항상 도전적인 일이었다.


 어느 날 발열과 호흡기 증세를 호소하는 소아환자가 저녁 무렵 응급실에 내원하였는데, 진찰과 피검사 그리고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하고 결과가 나온 후에 당직 소아과 레지던트를 호출하였다. 소아과 당직의가 내려와 환자에 대한 나의 브리핑을 듣고 환아를 진찰을 한 후, 급성상기도 감염(즉 감기)이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보호자를 안심시키며 약처방을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뒤돌아 내게로 왔다. 그리고 “네 아이 같으면 흉부 방사선 촬영을 했겠느냐?”며 호되게 나를 질책을 하고 올라가 버렸다.


 ‘의료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의사들은 가장 흔한 질환들을 염두에 두고 다른 주요 감별진단들의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 가장 의심되는 질환에 대해 경험적으로 판단하여 치료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말발굽소리가 날 때 이 소리가 어떤 소리냐 물으면 얼룩말의 소리라 하지 않고 말이 달리는 소리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처럼 말이다. 얼마 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이 탈출하며 광진구 거리를 활보하는 사건이 터진 것 같은 희대의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을 염두에 두고 답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당시 소아과 당직의는 말(감기)로 생각하고 대하면 될 일을 얼룩말(폐렴)까지 염두에 두고 흉부 방사선까지 검사한 나를 강하게 질책한 것이다. 이것이 의학이고 한 사람의 의사가 되어가는 수련과정에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모습이다.


  그러나 의학의 이런 면을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고, 의료 시스템에 의학외적 요인이 강하게 영향을 주어 의학의 본질적인 흐름을 왜곡시킬 때 의사들은 방어진료와 과잉진료를 행할 가능성이 생기게 되고 행위에 따라 진료비가 청구되는 현 건강보험제도하에서 이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지게 되며, 비용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불필요한 정보는 환자 치료에 오히려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어 사회적인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일이 일상이 될 때 의료는 왜곡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는 의사들이 자신의 질병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자신의 편에서 진료한다기보다는 의사나 병원의 이득을 위해 자신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고 진료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불신을 야기시키며 의료 쇼핑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왜곡을 낳게 된다. 환자들은 접근성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로 인해 한없이 펼쳐진 의료의 광야에서 유목민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것이 오늘날 의료에 대한 만족도는 국제 비교연구에서 중하위권에 머물게 되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 수준은 하위권으로 측정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세계 최고 권위로 인정받는 임상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 2014년 Blendon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29개 국가 중 의사에 대한 만족도가 25%로 24위에 머물렀고 2018년 서베이를 시행한 결과를 발표하였던 Ipsos의  결과를 보면 한국은 23개 국가 중 23위로 의사들에 대해 신뢰할만하다고 답한 사람이 28%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나마 다소 위로가 되는 점은 한국에서는 과학자 다음으로 의사가 높았다는 점이다. 그 이하로 교사, 언론인, 은행원, 보통사람, 경찰관, 군인 순이었고 제일 신뢰받지 못하는 직군은 정치가들이었으며 이는 거의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2022년 발표자료에서 고무적인 것이 28개국 조사에서 25위로 여전히 하위권이긴 하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43%로 올랐다는 것이다. 일반인에 대한 신뢰도가 이전 결과와 같게 22%인 것과 비교한다면 그래도 신뢰도가 상당히 향상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전반적으로 신뢰가 상당히 낮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국제 비교연구에서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은 국민들의 전체적인 신뢰 상태가 낮은 것의 반영이라 볼 수 있어, 국가적으로 신뢰회복 정책을 피는 데 있어서 신뢰회복의 모델로 그나마 여러 직군 중에서는 의사가 상위에 위치하고 최근 향상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의료계를 선정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에 대한 신뢰회복은 사회 다른 분야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신뢰 회복의 전기가 되며 우리나라로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게 할 수 있다.  영국은 NHS를 설립할 때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설계하였다.


 


 


참고자료


1) Blendon RJ et al. Public Trust in Physicians — U.S. Medicine in International Perspective N Engl J Med 2014; 371:1570-1572


2) Ipsos, Global trust in professions. Who do global citizens trust? www.ipsos.com


3) Ipsos, GLOBAL TRUSTWORTHINESS INDEX 2022, Who does the world trust?, 29 July, 2022. https://www.ipsos.com/en/global-trustworthiness-index-2022


4) 동아광장 최신석. 신뢰와 인문과 선진.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160716/79223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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